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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EBS 박치형 부사장은 자진 사퇴하라(2019.04.16)EBS 정상화를 위한 김명중 사장의 결단을 촉구한다
EBS 정상화가 ‘인사참사’에 발목 잡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일차적인 책임은 사장 후보에 대한 시민참여 등 공개검증 요구를 거부한 방송통신위원회에 있다. 그리고, 명백한 책임은 같은 대학에다 같은 과 후배이자 과거 박근혜 정권 당시 제작진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인사를 부사장으로 앉힌 김명중 사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나 있을 법한 소통부재와 독단이 EBS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노사는 물론 방통위와 시민사회가 함께 조속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BS는 KBS·MBC와 함께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이다. 하지만, 이들 방송사의 사장 선임 구조는 ‘공영방송’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치권이 임명해왔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간의 방송 장악은 그에 따른 후과였다. 그래서 KBS와 MBC는 사장 선임을 하면서 사장 후보들의 정책 설명회를 공개하고, 직접 평가를 받는 등 부족하나마 시민들의 직접 통제를 받는 시도를 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공영방송 EBS도 사장 후보자 검증에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등 공개검증을 도입할 것을 줄기차게 촉구했음도 방통위는 이런 절차를 생략한 채 김명중 사장을 임명했다.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신임 김명중 EBS 사장은 대학 과 후배인 박치형 씨를 부사장에 임명하는 만행을 저질렀고,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그 과정에서도 EBS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은 당연히 없었다. 박치형 씨는 어떤 인물인가? 평생교육본부장으로 있던 지난 2013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PD를 하루 아침에 다른 부서로 내쫓아 다큐멘터리를 중단시킨 장본인이 아니던가? 박치형 씨가 중단시킨 다큐멘터리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반민특위’를 다룬, 반민특위로 활동했던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겪었던 고통과 아픔을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이미 70%넘게 제작이 되었던 다큐멘터리를 박치형 씨가 중단시킨 이유를 우리는 쉽게 추론할 수 있다. 한국사교과서를 국정화까지 해서 현대사를 왜곡하려 했던 박근혜 정부 눈치보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며, 이는 비슷한 시기에 KBS와 MBC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빈번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타 부서로 쫓겨났던 담당 PD의 항의에 당시 박치형 씨를 비롯해 당시 EBS 경영진은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결국 담당 PD는 EBS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 PD는 EBS가 공영방송으로 제대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마음에 ‘청와대 국민청원(“EBS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에 책임이 있는 인사의 EBS 부사장 임명 철회와 EBS의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재개를 요구합니다”)’을 제기했다. ‘제작 자율성’ 책임을 져버린 이는 EBS에서 부사장이 되고, 공영방송 EBS를 위해 ‘제작 자율성’을 지키려고 했던 이는 EBS를 떠났다. 우리는 ‘언론 개혁’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진 현 정부의 EBS에서 이런 역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김명중 사장에게 촉구한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EBS에서 있었던 ‘적폐 행위’를 조사하는 ‘진실규명위원회’는 반드시 필요하다. MBC와 KBS보다 한참 늦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박치형 씨를 비롯한 ‘인사 참사’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얕은 수로 끌어다 쓰기에 공영방송 EBS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여론을 살피며 시간 끌기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만 그리 되지는 않을 것이다. 김명중 사장은 신념과 아집을 충분히 분별하리라 믿고 싶다.
인사가 만사라는 얘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지금 EBS는 사장 등 임원진과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도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BS 구성원과 시민사회는 김명중 사장의 교육방송 EBS의 가치와 역할, 미래를 위한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지혜로운 결단을 촉구한다.
2019년 4월 16일
방송독립시민행동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 참여 방송법 쟁취 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