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박수환 문자’ 속 비위 언론인 문제에 대한 기이한 침묵을 멈춰라‘박수환 문자’로 드러난 비위 언론인 문제에 대해 거의 모든 언론이 기이할 정도의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권력 감시가 소명인 언론들이 언론과 기업의 유착 문제에 대해 약속이라도 한 듯 ‘무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 편’이기 때문에 언론이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언론인은 무려 179인이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문자 속 언론인들의 행태는 ‘언론인’이라는 호칭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박수환과 박수환의 고객사인 기업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기사를 써주거나 빼주는 일이 전혀 아무렇지 않게 이뤄졌다. 특히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의 경우 소속 언론인 35인이 ‘박수환 문자’에 등장했으며, 이들 중 8인은 박수환을 통해 박수환의 고객사인 기업에 자녀 인턴채용을 청탁하거나, 박수환으로부터 미국행 항공권, 명품, 전별금 등을 받고 박수환의 고객사인 기업을 위해 기사를 만들거나 삭제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1월 28일부터 2월 15일까지 총 8회에 걸쳐 언론인들의 ‘무더기’ 비위를 고발하는 기획보도를 진행하는 동안은 물론, 그 후 한 달이 지나도록 모두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수의 언론이 침묵을 지켰다.(2019/3/13 돈 받고 기사 쓰는 기자들, 침묵하는 공범자들 https://bit.ly/2CvH4U7) 심지어 조선일보 윤리위원회가 박수환과 박수환의 고객사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기사를 거래한 현직 간부들의 ‘윤리규범 위반’을 인정하고서도 “(조선일보) 윤리규범 정비 이전인 2013~2015년 발생한 일이어서, 윤리규정을 소급적용하여 어떠한 불이익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일괄 ‘면죄부’를 결정한 이후에도 거의 모든 언론들이 침묵을 이어갔다.
만약 ‘비위’의 대상으로 지목된 집단이 언론이 아닌 사법부였다면, 국회였다면, 청와대였다면, 일반 시민이었다면 언론은 지금처럼 침묵했을까. 단언하건대 결코 아닐 것이다. 가장 준엄한 목소리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미온적인 대처를 질타하고 나섰을 터다. 그렇기에 언론은 답해야 한다. 지금 ‘왜’ 언론의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지 말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자사의 ‘비위’ 언론인들에게 부끄러움 없이 ‘면죄부’를 준 조선일보를 제외한 전국단위 9개 일간지(경향신문·국민일보·동아일보·문화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와 6개 경제지(매일경제·서울경제·아시아경제·한국경제·헤럴드경제·머니투데이), 6개의 인터넷 언론(머니투데이·CBS노컷뉴스·뉴스1·뉴시스·민중의소리·오마이뉴스·프레시안), 지상파 4사(KBS·MBC·SBS·OBS), 종합편성채널 4사(TV조선·JTBC·채널A·MBN), 보도전문채널 2사(YTN·연합뉴스Y) 등 31개 언론사의 편집/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에게 ‘무보도’의 이유를 묻는 질의서(첨부)를 발송했다. 왜 자사 언론인의, 동료 언론인의 비위에 침묵하길 선택했는지, 보도 책임자로서 진지하게 답하길 바란다. <끝>
3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