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박수환 문자’ 비위 기자들 면죄한 조선일보, 언론 행세를 멈춰라
등록 2019.03.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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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리위원회가 조선일보 현직 간부들이 로비스트 박수환(뉴스컴 대표)과 박수환의 고객사인 기업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기사를 거래한 ‘비위’를 저지른 데 대해 어떤 징계나 불이익 조치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 마디로 ‘면죄부’를 준 것으로, 시민들은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신문의 윤리의식이 겨우 이 수준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불이익 조치조차 취하지 않는 조선일보의 뻔뻔함,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조선일보 윤리위원회는 면죄부를 발급했지만,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드러난 조선일보 현직 간부들의 비위는 기업과의 ‘더러운 카르텔’이라고 명명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해 공개한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소속 언론인은 35인으로 이들 중 8인은 박수환을 통해 박수환의 고객사인 기업에 자녀 인턴채용을 청탁하거나, 박수환으로부터 미국행 항공권, 명품, 전별금 등을 받고 박수환의 고객사인 기업을 위해 기사를 써주거나 삭제했다.

이는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조 제2항(언론인은 어떠한 경제세력의 부당한 압력, 또는 금전적 유혹이나 청탁을 거부해야 한다)과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우리는 취재 보도의 과정에서 기자의 신분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으며,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사적인 특혜나 편의를 거절한다/ 회원은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일체의 금품, 특혜, 향응을 받아서는 안 되며 무료여행, 접대골프도 이에 해당한다) 등 언론인 스스로가 정한 윤리규범을 대놓고 무시한 행위다. 언론의 윤리와 언론인의 명예를 아는 집단이라면 뉴스타파 보도가 나오자마자 진상을 조사하고 일벌백계를 했을 사안이다.

그러나 조선일보 윤리위원회는 납득 불가한 이유로 비위 기자들을 면죄했다. 조선일보 윤리위원회는 지난 12일 낸 입장문에서 “본 위원회는 금번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일부 조선일보 재직 기자들의 지난 행태는 언론인으로서 준수해야 할 기본적 윤리규범을 위반한 사례라고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금번 사태는 윤리규범 정비 이전인 2013~2015년 발생한 일이어서, 이에 대해 윤리규정을 소급적용하여 어떠한 불이익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송희영 전 주필의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난 이후인 2016년 10월 윤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이듬해인 2017년 12월 금품수수 금지와 부당청탁 금지 등의 조항을 담은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을 만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체 윤리규정이 없던 시기에 벌어진 금품수수와 기사 거래이기 때문에 어떤 불이익 조치도 할 수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사실은 이럴 줄 알았다. 폐간하라

조선일보 윤리위원회의 논리대로라면 조선일보 기자들은 2017년 12월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전까지 언론인으로서의 윤리를 전혀 알지 못했고, 알 필요도 없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2017년 12월까지 조선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들에겐 기업 등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고 기사를 쓰거나 삭제해주는 게 상식 수준의 일이었단 말인가.

조선일보 윤리위원회가 정말 조선일보를 언론으로 판단하고 있다면, 현직 간부들의 비위 앞에서 언론규범 가이드라인 존재 유무를 핑계 삼을 순 없는 일이다. 언론으로서의 명예와 품격을 아는 언론사의 윤리위원회라면 기사를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는 수단으로 악용한 기자들을 어떻게 처벌할지와 함께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무엇을 할지 방안과 계획을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 윤리위원회는 비위 기자들을 면죄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조선일보가 2017년 12월 이전까지 직업윤리를 지키지 않고 언론 행세를 해왔음을 자인했다.

우리는 조선일보에 더 이상 어떤 당부도 하고 싶지 않다. 창간 99년 동안 언론윤리에 대해 생각조차하지 않은 언론에 진지하게 건넬 조언이 뭐가 있겠는가. 언론윤리도 알려하지 않은 채 99년이나 언론으로 행세한 것으로 충분하다. 당장 폐간하라.

 

박수환 문자 보도하지 않는 언론사 모두 사실상 공범이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가 아닌 언론들에 묻는다. 왜 ‘박수환 문자’로 드러난 기업과 유착한 언론의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뉴스타파의 첫 보도가 나온 지난 1월 28일부터 3월 12일까지 전국단위 10개 일간지와 6개 경제지와 함께 지상파 4사(KBS·MBC·SBS·OBS), 종합편성채널 4사, 보도전문채널 2사의 종합뉴스와 시사·대담프로그램을 모니터 한 결과, 한겨레가 보도 한 건과 외부칼럼 한 건, 경향신문이 외부 칼럼 한건으로 관련 내용을 다뤘을 뿐이다. 그나마 한겨레 기사는 온라인에만 게재됐을 뿐 지면엔 실리지도 않았다.(2019/3/13 돈 받고 기사 쓰는 기자들, 침묵하는 공범자들 https://bit.ly/2CvH4U7) 시민들은 권력이 재벌 등 기업과 유착했을 때 준엄한 비판을 전하던 언론들이 왜 언론이 부패의 주인공인 사안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계속된 침묵은 ‘초록은 동색’이란 의혹을 부르고 언론의 신뢰도만 떨어뜨릴 뿐이다. <끝>

 

3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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