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평가 제도 지속 개선의 필요성을 드러낸 2017년 방송평가
등록 2018.12.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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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공개한 2017년도 방송평가 결과 중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자(이하 종편) 방송평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700점 만점 평가에서 TV조선이 602점을 받아 종편 중 가장 높은 총점을 획득했다. 다음으론 MBN 594점, 채널A 593점, JTBC 576점 순이었다. 이를 두고 종편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체감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높다.

방송평가는 매년 방통위가 방송사 내용, 편성, 운영 부문을 점검하는 종합평가로 방송사 재허가 및 재승인 심사에서 40% 비율로 반영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방송평가는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과 방송의 공적 책임을 확보한다는 목적과 무관하게 계획을 세우거나 운영만 하면 챙길 수 있는 점수가 수두룩했다. 그 결과 방송의 최우선 가치인 공공성·공정성·다양성·균형성 등에 대한 노력보단 사업자가 감점 관리를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반복됐다. 2017년도 방송평가에서 TV조선이 내용과 편성, 운영 등 모든 평가 영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TV조선이 종편 평가 총점 최고 득점, JTBC가 최저 득점한 배경은? 

방통위는 2017년도 방송평가 결과 발표에서 “전년(2016년)과 비교해 TV조선, MBN, 채널A는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 평가 등의 항목에서 점수 증가로 총 평가점수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TV조선의 최대주주인 조선일보는 12월 20일자 신문 2면에 <TV조선, 작년 종편 평가에서 1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방통위의 이 같은 발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뒤, 표철수 상임위원의 “종편은 재난방송이나 어린이 프로그램을 좋은 시간대에 편성하려는 노력이 보였고, 종편 본래 취지에 맞게 변모하고 있다”는 발언을 함께 전했다.

방통위 발표 내용과 조선일보 보도대로라면 TV조선을 비롯한 다수 종편들은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다양하고 균형 잡힌 편성이 이루어진 셈이다. 실제 방송평가에서 TV조선을 비롯한 종편 4사 모두가 ‘주시청시간대 균형적 편성’ 평가 항목(총점 45점)에서 만점을 받았다. 평가 결과만 놓고 보면 방송법과 동법 시행령에서 정한 주시청시간대 오락·보도 편성 비율을 TV조선을 비롯한 모든 종편들이 준수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시청자들도 TV조선 등은 여전히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균형 있게 편성한다고 느끼고 있을까? 많은 시청자들이 여전히 종편은 ‘틀면 시사토크쇼’라고 느끼는데 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각 방송사들이 내놓은 프로그램 장르에 대한 구분 기준이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각 종편들은 유사한 형식의 프로그램의 장르 구분을 각기 다른 기준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TV조선은 주시청시간대에 편성 중인 시사토크 프로그램인 <강적들>을 예능으로 구분해 방통위에 보고했다. 반면 JTBC는 <강적들>과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인 <썰전>을 시사교양 장르로 구분하고 있다. 방통위와 방송사, 방송사와 방송사 간 장르 구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균형 편성에 대한 평가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방통위는 TV조선과 채널A, MBN이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 평가 항목(총점 30점) 등에서의 점수 증가로 총점이 상승했다고 평가했지만, TV조선이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 평가 항목(총점 30점)에서 획득한 점수는 5.63점이다. TV조선은 2016년 해당 영역에 대한 평가에서 0점을 받은 바 있다. 그때와 비교하면 일부 개선 노력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JTBC(9.38점), 채널A(7.50점) 보다 낮은 점수다. 심지어 MBN은 해당 항목에서 0점을 받았다. 모든 종편이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에 소극적이라는 사실만을 방증하는 결과인 셈이다.

반면 JTBC는 ‘KI(시청자평가지수) 프로그램 질 평가’(총점 35점 중 27.02점), ‘수상실적’(총점 15점 중 15점) 등 콘텐츠의 품질과 시청자의 만족도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 종편 4사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협찬고지와 간접광고 등의 위반으로 방통위로부터 과징금·과태료 처분을 받아 ‘방송심의 제규정 준수’(총점 85점 중 75점), ‘방송편성 제규정 준수’(총점 50점 중 38점) 등 다른 종편들보다 많은 감점을 받아 총점이 하락했다. 이 같은 결과는 JTBC가 보도 등에 있어 고품질 콘텐츠 제작에 힘쓴 것에 비해 시청권과 직결되는 광고편성과 관련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결과라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방송평가 제도 개선, 상시적 논의가 필요하다

방송평가는 재승인 심사에 40%나 반영된다. 방송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한다는 것은 재승인 심사에서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종편 방송이 제대로 개선돼 좋은 평가가 나온 것이라면 모를까, 제도에 허점을 파악한 뒤 감점 관리만 제대로 하면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라면 그런 방송평가 제도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 방송평가의 기준과 배점이 방송프로그램의 질적 향상과 방송의 공적 책임 확보라는 목적에 맞게 구성돼 있는지, 그리고 그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 11월 방송의 공적 책임과 방송평가의 변별력과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방송평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기는 했다. 이에 따라 2019년에 실시될 2018년도 방송평가에서는 ‘방송심의 관련 제규정 준수’, ‘언론중재위원회 오보관련 결정’, ‘방송편성 제규정 준수’, ‘방송법·공정거래법 등 관계법령 준수’ 등의 항목에 대해 기본점수(배점)를 부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총점에서 직접 감점하는 등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또한 외주제작사와의 상생협력 관련 평가 항목을 신설해 방송환경 변화와 공정한 방송시장에 대한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방송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무늬만 평가’라고 조롱받던 방송평가 제도가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련 논의가 꾸준히 이어질 필요가 있다. 방송평가 결과를 보고 시청자들이 신뢰할 만한 방송 미디어를 구분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통위는 시민사회와 방송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상시적인 소통 채널을 마련하라. <끝>

 

12월 2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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