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TV조선이 할 일은 소송이 아니라 반성이다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 등의 위반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 처분을 받은 TV조선이 이에 불복하며 소송에 나섰다고 한다.
TV조선에서 법정제재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심의는 모두 두 건이다. 이른바 ‘풍계리 취재비 1만 달러 보도’로 알려진 뉴스7 <[단독] 북한, 미 언론에 핵 실험장 취재비용 1인당 1만 달러 요구>(2018년 5월 19일) 보도와 ‘김정숙 여사 경인선 보도’로 알려진 뉴스9 <[단독] 드루킹 ‘경인선’도 주도…“경인선으로 가자”>(2018년 4월 17일) 보도다.
TV조선 ‘풍계리 취재비 1만 달러 보도’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취재원 불명의 정보를 북한의 공식 입장처럼 단정하고, 적극적 사실 관계 확인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 위반에 따라 ‘주의’ 처분을 했다. TV조선은 ‘김정숙 여사 경인선 보도’에서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당시 광주 경선장에서 김경수 당시 의원(현 경남도지사)이 김정숙 여사를 안내하는 장면과 서울 경선장에서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으로 가자”고 발언하는 장면을 임의 편집해 하나로 합쳐 방송해 방통심의위로부터 방송심의규정의 객관성·출처명시 조항 위반으로 ‘주의’ 처분을 결정했다.
두 건의 법정제재는 모두 TV조선이 사실 확인이라는 취재의 기본을 지키지 못하고, 시청자에게 진실을 전달하기는커녕 당시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의 대상이었던 인물을 끌어오기 위해 영상을 왜곡 편집했기 때문에 내려진 처분이다. 즉, 두 보도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제재는 언론으로서 누려야 하는 자유만큼이나 중요한 진실 보도의 의무를 TV조선이 다하지 못한 결과인 셈이다.
TV조선이 언론의 의무와 역할을 아는 언론이라면 왜 취재 보도와 편집의 ABC조차 갖추지 못한 보도를 잇달아 내놓았는지 돌아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TV조선은 반성과 개선 대신 소송을 선택했다. 과연 TV조선이 언론으로 바로 서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TV조선의 이번 소송에 ‘꼼수’가 읽힌다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2017년 TV조선 재승인을 결정하며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제13조(대담·토론 프로그램 등) 1·3·5항, 제14조(객관성), 제27조(품위유지) 1·2·5호, 제51조(방송언어) 등의 위반에 따른 법정제재를 매년 네 건 이하로 유지하라는 조건을 부과한 상황인데, 현재 TV조선은 해당 조항들의 위반으로 세 건의 법정제재를 받은 상황이다.
올해 안에 두 건의 법정제재를 더 받을 경우 재승인 조건 위반이 명백해지는 현실에서,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내년 방통위의 재승인 조건 이행점검에서 소송 중인 두 건의 법정제재를 제외시키려는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간 방통위는 재승인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송 중인 사안에 대해선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감점을 유보했다.
우리는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일부 사업자들이 그럴듯한 장밋빛 계획서로 승인을 받은 뒤 이행 의무를 다하지 않고 ‘꼼수’로 행정의 무력화를 꾀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봐왔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방치할 셈인가. 방통위의 방송 허가·승인 행정의 정교화가 필요하다. <끝>
11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