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 미디어 제도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가 필요하다
등록 2018.11.07 15:52
조회 224

여야와 정부가 여야정 국정운영상설협의체를 통해 방송법 개정을 본격 논의하기로 했다. 시민사회 진영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공영방송에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런 중요한 방송법 개정 논의를 정략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2016년부터 3년 가까이 지지부진 끌어 왔다. 지금이라도 논의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은 일견 바람직해 보인다.

어렵게 합의해 논의의 물꼬를 튼 만큼 여야 정치권은 또 다시 방송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거나 공영방송 의사결정 구조에 정치 거래와 타협이 들어설 자리를 남기는 야합을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방송법 논의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대원칙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공영방송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공영방송을 구성하는 언론인들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청와대와 국회-방송통신위원회-이사회로 이어지는 수직적 정치 종속 구조를 반드시 해체해야 한다.

저널리즘에 영향을 미치는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 선임 절차 곳곳에서 작동하는 정치 후견주의라는 병폐를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건,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인 시민과 시민을 대신하여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주체인 구성원들의 폭넓은 참여와 감시를 제도로 보장하는 일이다.

우리는 현재 정상화 과정에 있는 공영방송 KBS와 MBC가 사장을 선임하면서 국민 선출제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발표회, 시민자문단 등의 절차를 마련해 정치 후견주의를 극복하고 시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봤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선임된 사장들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저널리즘만이 아닌 인권을 존중하는 공정방송을 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읽어 내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며, 제작 가이드라인 개선 등을 통해 공영방송 콘텐츠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둥으로서 공영방송이 제 구실을 다하기 위해선 공영방송의 의사결정 구조가 정치적 거래나 타협의 산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를 위해선 더 많은 시민 참여와 공영방송을 구성하는 주체들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보장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가짜 뉴스의 폐해가 극심해지는 지금 공영방송만이 아니라 건전한 방송 생태계 구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번 방송법 논의를 정치권의 타협이나 거래의 도구로 전락시키지 않고 미디어 공공성의 기반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진, 모두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소비하는 주체인 미디어 환경 속에서 방송법 개정 논의는 공영방송을 비롯한 방송 미디어 전반을 재구조화하기 위한 논의를 포함해야 한다.

또 이번 방송법 논의는 공영방송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시민사회와 공영방송 구성원들, 그리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청취하고 반영하는 민주적 논의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이 논의를 위해 정치적 타협의 장으로 전락하기 쉬운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아닌 방송제도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 설치를 요구한다. 새로운 미디어와 전통 미디어 사이의 균형과 조정을 맡을 규제 기구의 개선 방안과 공공성과 공익성을 우선순위에 놓는 방송 미디어의 존립과 발전 방안, 미디어를 통한 시민 권익 증진 방안 등 방송 미디어 제도 개혁 전반을 논의할 기구 설립이 시급하다. <끝>

 

11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commemt_20181107_71_1.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