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통위의 의문스러운 종편 특혜 행정,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특혜 행정의 끝은 대체 어디인가. TV조선·채널A·MBN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의 지분 소유제한 규정 위반 사실을 최초 허가부터 재허가 과정까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위법’을 방치했던 방통위가 이번엔 미디어렙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종편 미디어렙 수탁수수료 점검과 제도개선을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수탁수수료는 방송사가 광고거래를 할 때 미디어렙에 지급하는 수수료다. 미디어렙과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 거래를 하는 광고주를 대행하는 업체 입장에선 자신들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주는 방송사에 유리하게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 더 많은 수탁수수료를 주는 방송에 광고를 주는 게 광고주와 광고주를 대행하는 업체 입장에선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종편의 광고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광고 하나만을 놓고 보면 수탁수수료 비율이 높을 경우 방송사에서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종편 입장에선 지상파보다 약간 높은 수탁수수료를 지불하고 더 많은 광고를 확보해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유리한 구조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2014년 종편 미디어렙 설립 당시 언론계 안팎에선 지상파와 종편 수탁수수료율에 차이를 두는 것이 또 하나의 종편 특혜라는 문제제기가 잇달았다. 그러나 방통위는 종편에 유리한 결정을 밀어붙였다. 정치적 고려에 따른 특혜성 조치라는 비판에 방통위는 지상파와 같은 범위에서 종편의 수탁수수료를 설정할 경우 광고주를 대행하는 업체 입장에선 신생 매체인 종편에 광고를 줄 동인이 없으니 수탁수수료율을 높여 판매를 유도하는 게 당연하다고 펄쩍 뛰었다. 종편에 특혜를 부여할 때마다 등장한 ‘신생아 종편 육성론’이었다.
그 결과 지상파가 광고판매액의 13~16% 범위 안에서 수탁수수료를 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지상파와 동일 편성을 하는 종편은 15~19% 범위 안에서 수탁수수료를 정하고 있다.(미디어렙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 1, 2호) 방송사업자가 지급할 수 있는 수탁수수료의 한도가 광고판매액의 20%(미디어렙법 제16조 제1항)라는 점을 감안할 때 종편에 사실상 최대한도의 수탁수수료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미디어렙법 시행령은 종편에 대한 특혜를 마냥 유지하도록 규정하지 않고 있다. 법은 방통위에 2014년 4월 1일을 기준으로 3년마다 수탁수수료 범위의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미디어렙법 시행령 제22조의3) 시장 상황을 고려해 수탁수수료율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방송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김종훈 민중당 의원을 통해 방통위에 확인한 결과 최근 3년 간 방통위는 수탁수수료 범위를 조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종편 미디어렙 설립 첫 해였던 2014년 2229억 원이었던 종편의 광고매출은 방통위가 수탁수수료 범위의 타당성을 검토했어야 했던 시기인 2017년 4004억 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고, 같은 기간 지상파의 광고매출은 4855억 원 줄었다. 종편에 수탁수수료 특혜를 부여했던 이유가 정말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 때문이었다면, 방통위는 법에서 정한 대로 2017년 수탁수수료 타당성 검토를 위한 논의를 당연히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행점검 시기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방통위 관계자는 “통상 시행령에 제도를 도입할 때 3년 주기로 검토하도록 하는데, 특혜 소지가 있다고 보기 힘들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없어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 말이 방통위의 종편과 관련한 모든 무책임한 행정 태도를 드러낸다고 본다.
특히 4기 방통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위법까지 동원해 밀어붙인 종편을 위한 갖가지 비대칭 규제 특혜를 정당한 행정으로 포장한 과오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관되고 철저한 ‘보신주의’ 행정이다. 소유 제한 규정을 위반한 종편 미디어렙에 허가를 내 주고, 재허가까지 내준 행정에 대해서 내부 감사까지 진행하고도 담당자들에게 구두 경고를 하고 끝냈다. 2014년 3월 종편 재승인 조건에서 선거방송심의 제재를 누락한 것을 두고 ‘종편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공식 사과나 해명 없이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종편을 감시할 수 있다는 식의 눙치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공공연하게 “종편 특혜를 회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과도 배치되는 행태이다.
우리는 거듭 강조한다. 방통위는 종편 특혜 환수와 관련된 업무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이행하라. 방통위의 통렬한 반성과 책임 있는 태도변화가 선행되지 않고, 지금처럼 국민의 눈높이와 상관없이 보신주의 행정, 종편 봐주기 행정으로 일관한다면 방통위는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을 것이다. 분명한 건 지금과 같은 방통위로는 작금의 방송 정상화와 적폐 청산이란 시대정신을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끝>
10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