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기사형 광고’ 포털 송고 허용 결정 제평위, 해체하라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가 ‘포털 뉴스 사이트에서 기사가 아닌 광고의 유통을 금지한다’는 기존 원칙을 깨고,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광고성 기사, 협찬·광고비 목적의 기사)을 허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미디어오늘 <포털 평가위, 돈 받고 쓴 ‘애드버토리얼’ 양성화 의결>(10/15)에 따르면, 지난 12일 제평위 전원회의는 애드버토리얼 제도화 허용을 의결했다. 보도는 제평위 내 언론계 추천 위원들이 애드버토리얼을 ‘뉴스섹션에 송고 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제평위가 또 다시 뉴스 이용자가 아니라 신문업계의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기사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광고인 ‘애드버토리얼’
‘애드버토리얼’은 기사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광고를 말한다. 얼핏 보면 기사처럼 보이지만 광고국에 매체비를 집행하고 있으며 내용은 당연히 광고주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명백한 광고이다. 그러다보니 내용은 상품, 기업 홍보는 물론이고 특정 종교 포교를 위해서도 작성된다. 문제는 영락없이 기사 같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서, 많은 국민이 객관적 정보로 오해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현재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6조3항은 ‘신문·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배열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6조도 ‘정기간행물의 편집인은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사형 광고를 심의하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내 기사형광고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보면, 매달 ‘경고’를 받는 기사형광고가 그야말로 수두룩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6개 신문사의 2018년 1월 1일부터 20일 사이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의 별지를 모니터 한 결과, 애드버토리얼 섹션이라고 밝히지 않았으나 사실상 기사형 광고가 실렸다고 판단되는 섹션도 적지 않았다. 광고성 기사임을 드러낸 표기를 한 경우도 어떻게든 감추어보려고 한글 제호보다 작은 폰트를 사용하거나 해당 섹션의 1면에만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스로 제시한 규칙과 입장마저 뒤집고 신문업계 편드는 제평위
애초 제평위는 “외견상 기사 형식을 띠고 있으나,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를 유도하는 이미지, 가격, 판매처 등의 관련 정보 전달을 주목적으로 하는 콘텐츠”를 ‘기사로 위장한 광고’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이런 광고성 기사를 일반 뉴스 카테고리로 송고할 경우 5개당 벌점 1점을 부과했다. 그리고 누적 벌점 6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기존 입점매체에 대한 재평가에 들어가기로 최근 원칙을 정한 바 있다.
또한 제평위는 지난해 1월 6일 “부동산 분양, 애드버토리얼 등 특집 지면에 포함된 기사의 경우 ‘기사로 위장된 광고홍보’로 판단, 일반 기사 형태로 포털에 송고할 경우 모두 제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제평위는 각 언론사들이 포털이라는 남의 점포에서 ‘콘텐츠 장사’를 하겠다고 계약하고선 ‘광고홍보 장사’를 하는 것은 명백히 위반사유라는 입장이었고, 포털을 믿고 찾아온 손님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여서 근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방침이 나온 이후 신문업계는 과도한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언론사들은 포털이 “거대 플랫폼 파워를 무기로 개별 매체사들의 자유로운 비즈니스 활동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우겼다. “일반 뉴스와 광고·홍보성 콘텐츠를 구분하는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런 조직적 반발 때문인지 이후 제평위는 입장을 번복했다. 평가위에 접수된 기사형 광고 포털 전송 사례가 수백 건에 달하지만 평가위는 전면 금지나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광고홍보성 기사 TF를 꾸린 뒤 ‘포털과 언론간 계약관계로 당사자들이 판단할 것’이라는 모호한 결론을 내렸고 이런 논의사실조차 외부에 공개하지도 않았다.
사실 지금도 ‘기사형 광고 심의위원회’에서 경고를 받은 문제 보도들이 포털에 버젓이 송고되어있기도 하다. 급기야 전원회의 의결을 통해 대놓고 애드버토리얼에 대한 제재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광고임을 밝히고 자사 지면과 홈페이지에서나 하라
애드버토리얼 포털 뉴스섹션 송고로 이득을 보는 주체는 종이신문업계뿐이다. 신문업계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광고’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고 광고성 기사를 지면에 실어 왔다. 그러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광고성 협찬 관행이 부정한 금품수수로 제재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제야 별지에 애드버토리얼 표기를 하고 ‘광고주와의 계약에 따라 실은 콘텐츠’, 즉 광고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개발해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는 지면의 기사형 광고에는 애드버토리얼임을 명시하면서도, 포털에는 이런 표기 없이 애드버토리얼을 기사인 양 송고해 뉴스 이용자의 혼란을 가중시켜왔다.
이렇게 종이 지면의 광고성 기사 표시조차 피하려 애쓰는 신문사들이 ‘독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애드버토리얼의 뉴스 섹션 송고를 마다할 리 없다. 포털 뉴스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뉴스의 질적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평위는 애드버토리얼 뉴스섹션 송고 금지 원칙을 유지했어야 한다.
네이버‧카카오는 기존 제평위를 해체하고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방안 마련해야
이용자를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할 포털을 사업자 판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제평위의 ‘폭주’를 방치하고 있는 두 포털의 책임도 무겁다. 제평위가 업계 이익 대변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제평위 첫 출범 당시부터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는 ‘제평위 내 언론사 이해관계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제 개선 없이 제평위를 출범시켰으며, 제평위의 도 넘은 ‘깜깜이 운영’ 역시 지금까지 방치하고 있다. 이제라도 네이버‧카카오는 기존 제평위를 해체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한 새로운 뉴스제휴평가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 <끝>
10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