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고사 위기 OBS에 대한 통신 재벌 IPTV의 ‘갑질’, 더 이상은 안 된다방통위, 경인지역 시청자 주권 보호 위해 역할 해야
IPTV를 운영하고 있는 통신 재벌 3사가 고사 위기의 지역 지상파 방송, OBS 경인방송(이하 OBS)의 방송 프로그램들을 공급받아 서비스를 하면서도 단 한 푼의 대가조차 지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를 개선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경인지역 시청자단체와 언론단체가 OBS의 재송신료 문제 해결 없이 IPTV 3사 재허가는 불가하다며 지난 4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OBS는 경기·인천 지역 유일의 지상파 방송이지만, 수년째 자본잠식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OBS는 다른 지역 민방들이 키스테이션인 SBS의 프로그램을 공급받는 것과 달리 100% 자체 편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 지상파 방송으로서 지역민의 삶에 충실한 방송을 만들겠다는 의미이지만 이로 인한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OBS 입장에서는 이제라도 IPTV 3사로부터 정당한 재송신료를 받아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OBS는 IPTV 3사와 올해 초부터 협상을 벌여왔지만 이견의 폭을 좁히지 못했고, 이에 OBS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재송신료 대가의 적정성 판단을 위한 대가검증협의체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IPTV 3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IPTV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OBS가 IPTV 사업자들과 콘텐츠 무료 제공을 전제로 한 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결과일 뿐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OBS 측에서 계약 변경에 대한 별도의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아 계약이 2018년까지 자동 연장돼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OBS가 지난 2012년 IPTV 3사와 프로그램 무료 제공 계약을 체결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매년 자동 갱신한다는 약정을 맺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채널을 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IPTV 사업자와 OBS는 애초에 대등한 협상력을 가질 수 없는 상태다. 그 약정을 빌미로 많은 제작비를 들여 만든 프로그램을 공짜로 제공받겠다는 심보는 강자의 횡포에 불과하다. OBS는 이미 6년 간 IPTV 3사에 무료로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IPTV 3사는 이를 통해 이익의 일부를 창출했다. 더구나 2012년 OBS가 프로그램 무료 제공 계약을 체결했던 당시와는 달리 OBS는 97% 자본잠식이라는 극한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특별한 사정의 변화가 생긴 만큼, IPTV 3사는 다른 지역 지상파 방송사들과 체결한 계약과 마찬가지로 제공받은 프로그램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공정한 계약을 새롭게 체결하는 것이 상식이다.
게다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OBS는 지난 몇 년 간 IPTV 3사에 프로그램 제공에 따른 대가 지급을 요구했는데 IPTV 3사에서 시청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번호대로의 이동 등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경인지역의 유일한 지상파 방송으로서 이용자들의 편리성 등을 고려할 때 OBS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한 것이다.
IPTV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사업법) 제17조 제1항 제5호는 IPTV 사업자들로 하여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방송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거나 적정한 수익 배분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IPTV 3사가 프로그램 제공에 대한 대가를 전혀 지급하지 않는 방송은 전국 지역 지상파 TV 중 OBS 뿐이다. 일련의 상황들을 종합할 때 IPTV 3사가 OBS에 대해서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상식선에서 너무도 타당하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8월 31일 IPTV 3사에 대한 재허가를 결정했다. 하지만 재허가 심사를 담당한 심사위원회에선 IPTV 사업자들이 현재 유료방송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나 성장가능성에 비해 협력업체와의 상생 등에 대한 실적과 계획이 미흡하다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재허가 조건 부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심사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해 재허가 교부증에 IPTV 사업자들이 불공정한 행태를 시정하고 OBS에 적정한 수익을 배분하라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
방통위에도 요구한다. 대가검증협의체의 전향적인 운영을 위해 방통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OBS의 재정 위기를 초래한 배경엔 증자에 대한 최대주주의 소극적 태도와 통신 재벌 기업들의 불공정 계약도 있지만 개국 이후 3년이나 걸린 역외재송신, 신생사 가중치 없는 광고 결합판매제도 등 방통위의 책임과 맞닿은 부분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번 사안을 OBS라는 방송사업자의 문제로만 이해해선 안 된다. OBS가 계속해서 불공정한 계약 상황을 떠밀리듯 강요당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천만의 수도권 시청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자본잠식으로 인한 경영 악화와 이로 인한 고용불안은 콘텐츠 투자 감소, 즉 OBS가 어떻게든 지켜내고 있는 100% 자체 편성이란 가치를 뒤흔들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시청권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통신 재벌 기업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방송의 중요한 가치인 지역성과 다양성이 볼모 잡히는 상황은 6년이면 충분하다. 방통위의 책임 있고 공정한 역할을 당부한다. <끝>
9월 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