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통위, 종편-홈쇼핑 연계 판매 조사결과와 대책 한심하다
등록 2018.08.0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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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어제(1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와 TV홈쇼핑 연계편성 실태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뒤 종편의 건강정보 프로그램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협찬고지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기에는 부실하고 무력하기 그지없다.

 

‘종편과 TV홈쇼핑 연계편성이란’

‘종편과 TV홈쇼핑 연계편성’이란 종편의 교양 프로그램에서 특정 식재료에 대해 다루게 한 후,비슷한 시간에 TV홈쇼핑에서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다. 시청자는 TV홈쇼핑에서 식재료의 효능을 설명하면 팔기 위한 상술이라 여겨 경계하지만, 방송사 교양프로그램에서 효능을 강조하면 과학적으로 입증된 객관적 정보라고 받아들이기 쉽다. 연계판매는 이런 시청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수법이다. 판매업자는 종편에 협찬비를 내고 식재료의 효능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해 달라 요청하고, 비슷한 시간대에 TV홈쇼핑에서 관련 제품을 판매한다. 연합작전인 셈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이런 행태를 인지한 것은 2015년 3월이었다. 당시 ‘MBN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영업1팀의 광고영업일지’가 유출되어 방송사들이 협찬을 빌미로 돈을 받고 방송을 팔고 있음을 드러났다. 특히 MBN 교양프로그램에서 식재료의 효능을 방송하면 홈쇼핑채널에서 해당 제품을 팔고 있었으며, 재방송 편성시간에까지 돈이 오갔다.

민언련의 신고로 조사에 착수한 방통위는 2015년 9월에 MBN 미디어렙이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미디어렙법)에 따른 금지행위를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 4천만 원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당시 MBN에 대해서도 협찬비를 받고 시사와 교양프로그램에 홍보 효과를 주었다며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했다. 특히 방통위원들은 해당 안건을 의결하면서 MBN뿐 아니라 방송의 협찬 운영 실태에 대한 전면 조사가 필요함을 강조했고, 2015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부각되면서 방통위는 개선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43일간 실태조사 결과, 110회나 연계 판매했다는 충격적 결과

이번 실태조사는 이런 배경으로 실시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너무 늦은 대응이라는 점에서 아쉽다. 게다가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방통위가 조사한 방송은 고작 43일(2017/9/9~19, 11/1~30)치였다. 그런데도 이 기간 동안 종편 4사는 26개 프로그램에서 110회나 식재료를 소개하는 방송을 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7개 홈쇼핑채널은 114회나 해당 식재료를 가공한 제품을 판매했다. 종편 방송사별로는 MBN이 38회로 가장 많았고 TV조선 33회, 채널A 30회, JTBC 9회 순이었다. 프로그램별로는 MBN ‘천기누설 스페셜’, 채널A ‘나는 몸신이다’가 각각 15회 연계편성을 했고 TV조선 ‘내몸 플러스’(12회), TV조선 ‘내몸 사용설명서’(11회), 채널A ‘닥터지바고’(9회)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프로그램은 ‘교양 프로그램’이 아니라 ‘광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통위가 작성한 ‘종편PP-TV홈쇼핑 연계편성 현황 분석 및 검토 결과보고서’는 종편과 홈쇼핑, 판매업체 간의 유착 실태를 생생히 보여준다. 우선 종편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섭취 방법, 효능, 특·장점 등을 소개하는 방식과 TV홈쇼핑에서 상품판매를 위한 홍보·시연 장면이 유사하다는 모니터 결과가 있다. 이는 종편 프로그램과 TV홈쇼핑 방송 모두 같은 납품업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방송을 만들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 납품업체의 관계자도 “대부분의 납품업체는 방송 대본이나 영상 제작 등의 경험이 풍부한 대행사를 통해 연계편성을 진행한다”고 증언했다. 이는 종편이 협찬비를 받고, 자사 프로그램의 대본과 영상까지 대행사 즉 납품업체 측에 고스란히 맡겨버렸음을 뜻한다. 납품업자 스스로도 연계편성의 단점으로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는 점”이라고 말할 정도다.

또한 납품업자는 자신들이 직접 연계판매를 진행하는 것과 대행사를 통해 진행하는 것에 비용 차이가 없어서 대행사를 이용한다고 증언했다. 대행사는 이들의 유착을 이어주는 고리역할을 했다. 납품업체는 제품 판매를 늘릴 수 있고 종편은 협찬비를 챙길 수 있으며, TV홈쇼핑도 매출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익의 동맹인 셈이다.

종편의 이러한 행위는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린 것이며 명백한 기망이다. 우리 사회는 그간 방송 내용이 광고로 인해 왜곡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 미디어렙법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왔다. 그런데 종편이 광고도 아닌 협찬비를 받고 자사 프로그램을 홈쇼핑 판매를 촉진하는 광고 프로그램으로 팔아버린 것이고, 그 수입을 챙기기 위해서 대행사를 영업사원 부리듯 이용한 것이다. 의무전송 채널 등 갖가지 특혜를 받는 종편이 돈벌이에만 급급해 객관적 정보를 원하는 시청자를 기망한 것이다. 결국 이 판에서 손해는 오로지 시청자와 소비자 몫이다.

 

더욱 놀라운 건 방통위의 무책임한 조사결과 보고서와 유체이탈 화법의 회의내용

이런 종편과 TV홈쇼핑 연계판매 행위를 대하는 방통위의 조사결과 보고서는 참으로 어이없다. 보고서는 △방송법 상 금지행위 유형에 이런 행위가 없고 △종편이나 TV홈쇼핑에 강요를 받았다는 납품업체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납품업체에게 연계편성을 조건으로 제작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한 행위 또한 파악되지 않았고 △법률자문 결과 방송법 금지행위 위반이 아니라는 답변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심지어 연계편성 행위를 규제할 경우 방송법 제4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방송사업자의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문구까지 있었다. 따라서 사실조사로 전환하지 않고 종결 처리할 계획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연계 판매로 인한 피해는 심각한데 법령 미비 운운하면서 손을 놓겠다는 의미로 보이는 이 보고서는 방통위에서 작성한 것이 맞는 것인지 의심될 정도였다.

그나마 어제(8월 1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방통위원은 모두 이번 보고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고삼석 위원은 “이번 조사가 법령 미비와 방통위 역량 한계로 인해 시청자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하면서 “음성적인 협찬, 방송 가장한 광고, 소비자 현혹 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미디어렙상 위반인지 조사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허욱 부위원장은 △종편 프로그램을 납품업체 입장에서 제작했는지, 과장 표현이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사후 심의를 강화하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 협조 요청할 것 △그 결과를 방통위에서 향후 재심사에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철수 위원은 “미디어렙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거기에 대해 조사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는데, 방통위 담당자는 “증거가 없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어떻게 조사할지 치밀하게 준비하겠다”는 답변만 내놨다. 이효성 위원장도 납품업체가 개입한 경우에도 문제 삼을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근본 해결 방법을 찾지 않아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좀더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겠다”고 지시했다.

모두 맞는 말이고 적절한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유체이탈식 화법’ 뒤에 방통위가 의결한 결론은 △방송 프로그램이 협찬을 받아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협찬주명 고지를 의무화하는 등 관련 법령을 개정을 추진하고 △연계편성으로 인한 시청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방통심의위와 협의해 지상파‧종편의 건강정보 프로그램의 방송 심의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는 것이 전부였다.

 

종편사와 미디어렙 조사는 왜 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방통위는 이번 조사에서 납품업자만 조사했지, 종편사와 미디어렙사에 대한 조사는 아예 하지도 않았다. 이번에 연계편성이 된 종편 프로그램들은 정규편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기존에 방송된 내용을 재편집해 방송하는 ‘스페셜’ 형태, 또는 상당한 시일이 경과한 재방송을 편성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특집 다큐’, ‘특별 기획’ 형태의 프로그램이 상당수 존재했는데, MBN의 경우 12개 프로그램 중 특집 다큐가 7개였으며, 채널A는 6개 프로그램 중 특별 기획이 4개나 됐다. 이는 TV홈쇼핑 판매방송과 연계하기 위해서 과거 방송했던 프로그램을 짜깁기하여 재방송을 거듭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MBN 미디어렙이 과징금을 받았던 2015년 사례와 매우 유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납품업체 인터뷰만을 근거로 종편사와 미디어렙사는 조사도 하지 않았다. 그 근거는 납품업체 조사결과뿐이다. 그러나 그 조사라는 것도 어떤 금지행위 위반 사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하기엔 표본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29개사 조사대상 업체 중 고작 9개사가 설문에 응하고, 2개사가 심층 인터뷰에 응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응답내용의 신뢰성이다. 설문만으로 실체를 파악했다고 할 수는 없다. 방통위는 편법으로 소비자를 기망하여 이익을 챙긴 사업자들이 사실대로 말해 줄 것이라고 믿는가? 강요를 받았다는 납품업체가 없었다는 것은 또 무슨 해괴한 설명인가? 그들끼리 짬짜미로 이익을 나누는데 강요행위가 있을 리가 없다. 방통위가 실상을 덮거나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방통위는 종편사가 납품업체 또는 대행업체와 어떻게 유착했는지 그리고 홈쇼핑과의 연계판매 계획을 포함하여 방송의 기획과 제작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했어야했다. 또한 이번에도 혹시 미디어렙사가 광고영업과 동시에 협찬까지 개입했는지도 당연히 조사해야할 대목이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8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종편과 TV홈쇼핑이 연계편성행위와 관련하여 미디어렙이 프로그램 기획, 제작, 편성에 영향을 미치는 등 미디어렙법 위반정황이 있을 경우에는 엄중 조사해 제재 조치할 계획”이라고만 밝혔을 뿐이다. ‘미디어렙법 위반정황’이 인지하려면 조사를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조사 자체를 애초 하지 않았으면서, 도대체 향후 어떻게 인지해서 엄중 조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그럼 우리는 2015년처럼 미디어렙이 실수로 영업일지를 노출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어야한다는 말인가.

 

방통위는 방송 공공성 제고의 의지가 있는가?

우리는 TV홈쇼핑 제품 판매를 위해 종편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편성을 조정한 정황이 있는데도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민언련은 2015년 MBN과 MBN미디어렙의 불법 광고·협찬 영업을 적발했을 당시부터 방통위가 ‘말’이나 ‘요식행위’가 아닌 ‘진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방통위는 이제야 “협찬주명 고지를 의무화하는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답은 이미 2015년에도 나왔던 것이다. 도대체 언제 무엇을 추진하겠다는 것인가. 또한 협찬주명 고지를 의무화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문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자칫하면 방송사들이 협찬비를 받고 정보 교양프로그램을 광고대행 프로그램으로 파는 행태를 양성화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방송의 공공성과 시청자의 권익을 지키겠다는 방통위의 의지이다. 방통위는 방송사업자와 광고주를 돌봐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과 시청자를 위해 방송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다. 또 다시 ‘적당한 실태조사’와 ‘적당한 개선 의지 표명’만으로 눙쳐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력히 촉구한다. <끝>

 

8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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