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뉴스타파 민주당 도청 의혹 보도 ‘음성권 침해’ 판결, 보도위축 우려된다
등록 2018.07.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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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건 현 KBS 아트비전 감사가 뉴스타파 보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소송에서 재판부는 ‘음성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뉴스타파는 <민주당 도청의혹사건…KBS 전 보도국장 “우리가 한나라당에 줬다”>(2017/6/29, 최경영 기자)에서 ‘KBS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당시 KBS 보도국장을 지냈던 임창건 감사의 증언을 확보해 폭로한 바 있다. 임창건 감사는 뉴스타파 보도가 “허위 보도이며 동의 없이 사적인 통화를 녹음한 뒤 재생해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뉴스파타 보도가 “전체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며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도가 음성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해서 뉴스타파와 최경영 기자가 공동으로 4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KBS가 수신료 인상안 국회 통과를 위해 집중하던 2011년, 한선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KBS 수신료 인상에 관한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렸던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민주당은 KBS 기자가 민주당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몰래 녹음한 뒤, 녹취록을 당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한 의원과 해당 기자를 무혐의 처분했으며,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KBS 역시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사건은 미제로 남겨졌다. 


뉴스타파 보도는 이런 상황에서 KBS의 적극적 행위가 분명히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보도에서 임창건 감사는 “회의를 몰래 녹음한 행위는 있었던 것 같고, 이를 토대로 작성된 문건을 KBS 관계자가 당시 한선교 의원에게도 건네준 것도 맞다”고 말했다. KBS가 수신료 인상이라는 자사 이익을 위해 저널리즘 윤리를 위반했다는 사실이 당시 KBS 고위 간부의 구체적인 증언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임 감사는 뉴스타파가 ‘자신의 발언 취지를 왜곡, 허위사실을 보도해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뉴스타파 보도 내용이 진실하다고 봤다. “보도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스스로 발언한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것으로 진실한 사실이므로 보도행위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임 감사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원고에 대한 사회적 가치나 평가에 영향을 주는 사정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해당 보도를 보면, 임창건 감사와 최경영 기자의 대화내용을 가감 없이 보도한 수준이었기에 임창건 감사 본인이 말한 그 사안에 대해서는 ‘허위’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보도가 대화 내용 전체를 인용하지는 않았고 최 기자가 발언의 의미를 요약하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지만, 두 사람의 질문과 답변을 인위적으로 편집하거나 왜곡이나 조작 없이 본인의 발언 그대로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법원이 이런 판단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환영할 만하다. 

 

반면, 재판부는 법원은 뉴스타파 보도가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화통화의 목적이 공익을 위한 정당한 것이라 인정하고, 이 보도를 해야 할 필요성도 인정했음에도, 방법이 과도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통화를 녹음하는 것이나 이를 보도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원고의 동의를 받거나 고지한 바 없고, 보도에서 음성이 변조되지 않았고 실명과 얼굴 사진도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판결은 이 보도의 목적과 필요성 모두를 인정하면서도, 당사자가 ‘임창건’이라는 것은 밝히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KBS의 도청 의혹사건’은 공영방송인 KBS가 범죄에 연루되었고, 그 공영방송의 사장이 사건에 깊숙하게 관련돼 있다는 의혹으로 저널리즘 윤리와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었다. 임창건 감사는 도청 사건 당시 KBS 보도국장을 지냈던 인물로, 이러한 사건의 최종 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뉴스타파가 임창건 씨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보도했다면, 보도는 객관성과 신뢰성을 상실할 뿐 아니라, 오히려 애꿎은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의 ‘동의’를 받고 보도했어야 한다는 것도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건 해당보도의 신뢰성을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인 그의 음성을 보도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바 없다. 재판부가 인정한 보도의 목적과 필요성이 제대로 달성될 수 없게 된다. 그점에서 이번 판결은  모순적 요소가 있다.


민언련은 ‘언론의 자유’와 더불어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가치는 매우 소중한 가치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판결이 이어진다면 부당한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행위 자체가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기자들은 소송을 의식해 공익적 사안에서의 주요 증언이나 문제 발언 보도를 포기하거나 최소화하게 될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현재 뉴스타파는 항소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항소심에서는 합리적인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7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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