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법 개정의 대전제는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데 있다
등록 2018.04.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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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년 동안 시민들은 언론, 특히 방송이 정권의 보위 수단으로 전락하고 정치 집단의 이해에 휘둘릴 때의 폐해를 똑똑히 목도했다. 적폐 정권을 탄핵하고, 새 정부를 출범시킨 후에도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촛불을 계속 들었던 이유다. 촛불 시민은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만이라도 여야 정치집단이 아닌, 국민을 대의 하는 ‘언론’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회의 방송법 개정 논의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회는 적폐 정권에서 최악의 상황을 해소하고자 차악의 처방으로 야당에서 내놓았던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느냐 마느냐 논란에 빠져있다. 국민의 방송 주권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본질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방송법 개정이 그저 하나의 정쟁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황당한 정쟁을 주도하고 있는 건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여당의 위치에서 공영방송 장악을 주도했던 자유한국당이다.

적폐 정권 시절 야당은 최악의 공영방송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방송법 개정을 제안했다.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되 사장 선임에서 여야 어느 쪽도 일방의 주장을 밀어붙일 수 없도록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 전부를 추천하는 건 공영방송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것이지만, 당시 야당의 제안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차악의 선택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물론 방송장악을 지속하기 위한 속셈이었다. 마지못해 단 한 번의 공청회를 개최했을 뿐, 법안심사를 거부하고 논의를 방해했다. 심지어 당시 정부‧여당의 방송장악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는 야당 안에 대해 야당의 방송장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역공까지 했다. 그랬던 자유한국당이 야당이 되자 방송 장악에 대한 반성은커녕 일말의 설명도 없이 입장을 싹 바꾸고 자신들이 그토록 반대했던 법안을 처리하자며 막무가내로 국회를 파행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권의 영향력을 배제하지 못한 기존 야당의 개정안만 국회에 제출·상정된 상태가 아니다. 촛불 시민들의 요구대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법안들이 제출돼 있다. 즉, 이사나 사장의 선임 과정에 정치권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그래서 정치권의 대리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들이다.

특히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권의 영향을 원천 배제하고 국민들이 직접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국민참여형 공영방송 사장선출제를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제안한 것에 주목한다. 비록 적폐 정권 시절 고육지책이었다고는 하지만 당론으로 채택했던 개정안의 수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어떤 당론도 국민의 요구에 앞설 수는 없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킨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억지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만의 안이 아니라 공영방송의 완전한 정치적 독립을 바라는 시민의 요구를 반영한 시민의 안이다. 따라서 차악의 방송법안을 붙들고 정치적 이해타산을 따지기보단, 시민들의 요구를 담은 개정안을 수용하는 겸허한 정치인의 본분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공영방송을 진짜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는 일, 그것이 바로 자유한국당이 지난 9년 동안 적폐 정권의 일원으로서 공영방송을 훼손한 것을 사죄하는 첫걸음이다. 바른미래당 또한 반성을 모르는 적폐와 연대하면 존재감을 부각하기는커녕,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끝>

 

4월 1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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