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민의당, ‘종편 평론가’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 철회하라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단골 출연자인 박상병 씨(인하대 정책대학원 특임교수)에게 6·13 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를 맡긴다고 한다. 방통심의위는 오는 12일 2018년 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발족을 앞두고 지난 5일 국민의당에서 추천한 박상병 씨를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선임했다. 박상병 씨를 선거방송심의위원에 추천한 국민의당은 물론, 그 추천을 그대로 수용해 박 씨를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선임한 방통심의위의 결정은 모두 잘못됐다.
첫째, 박 씨는 최근까지 여러 방송사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왔다. 이런 그가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심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 씨는 지난 2일 고정 출연 중인 MBN <뉴스와이드>에서 정치 평론을 했으며, 지난 1월 30일 KBS라디오 <공감토론>에도 출연했다. 특히 박 씨의 주요 방송무대는 출범 이후 계속해서 오보·막말·편파 방송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으로, 그는 오랜 기간에 걸쳐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수시로 출연해왔다. 종편과 오십보백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보도전문채널의 대담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실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0대 총선이 치러진 2016년 2월 14일부터 3월 9일까지 종편·보도채널에서 방송한 시사토크 프로그램 패널 분석을 진행한 결과, 박 씨는 전체 패널 중 출연 횟수 6위를 기록했다. 가히 ‘종편의 입’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이런 종편 단골 패널이 자신이 출연한, 그리고 자신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제작진이 만든 프로그램을 공정하게 심의할 수 있을까.
둘째, 박 씨는 단순히 종편에 많이 출연한 수준이 아니다. 박 씨는 방송에서 이른바 친노(親盧)·친문(親文) 세력을 비판하며 국민의당, 특히 안철수 대표를 지지한다는 정파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곤 했다. 그가 출연했던 방송을 보자.
20대 총선 즈음에는 MBN <뉴스와이드>(2016/4/8)에 출연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 대해 “호남을 볼모삼아 압박을 하는 동시에 자신의 정치인생을 애매하게 걸었다”고 비난했다. TV조선 <정치옥타곤>(2016/7/31)에서는 “문재인 후보는 진짜 고래힘줄이다. 그래서 아, 이 분은 어떤 경우에도 물러나지 않겠구나. 얼마 전에 광주에서 호남 민심이. 천만의 말씀 망해도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갈 겁니다. 고래힘줄 랭킹 1위일 겁니다. 그러나 버티면 국민이 끌어 내립니다”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반면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016/8/25)에서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무리하게 두둔했다. 당시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제도가 신설된 후 진행된 감찰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박근령 씨의 사기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박 씨는 이에 대한 대담을 나누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아마 그 대목을 우리가 높게 평가를 해야 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주변에 있는 친인척들은 절대로 들이지 않는다.’ 아마 박 대통령도 조카는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동생도 보고 싶고. 그러나 그것만큼은 당초 약속했던 것이라 절대 청와대에 출입 자체를 금지시키고 있을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같고. 또 그런 공적인 의지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박근령 전 이사장과는 완전히 담을 쌓은 것 같아요. 전직 대통령의 따님이고 현 대통령의 여동생이 28만원, 기초연금으로 살았다는데 국제적인 뉴스다. 경제적 고통 호소하는 걸 보니 짠하다”라며 감싸기에 급급했다.
19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안철수 후보에 대해 편파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박 씨는 KBS라디오 <공감토론>(2017/4/11)에 출연해 “국민들이 친박 패권을 물러나라고 한 후 다음 대안은 누굴까 보니 같은 편에 친문 패권이 있는 거예요…(중략) 친문패권을 반대하는 사람이 사실상 안철수 후보 지금 혼자 남아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대체적으로 안철수 후보 쪽으로 지지세가 몰리고 있는 것을 여론조사를 통해 보고 있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MBN <아침&매일경제>(2017/4/14)에 출연한 박 씨는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 채용특혜 의혹에 대해 “왜 또 문제를 제기하는 거죠?”라며 유권자들 사이에서 존재한 의혹과 문제제기 자체를 납득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MBN <뉴스파이터>(2017/4/17)에선 안철수 후보 포스터를 유독 극찬했다. 특히 “더 중요한 건 다른 후보는 다 증명사진인데 서있다…(중략) 또 하나 ‘국민이 이긴다’가 슬로건이다. 국민이다. 기존 우리 사회는 기득권 정치 세력과 국민이 싸웠다. 그래서 기득권을 깨기 위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이름도 국민의당이다. 이제는 그 기득권에 대항해서 촛불민심에 대항해서 ‘국민이 이긴다’를 슬로건으로 해서 띠로 해서 포스터 만든 것이다”라는 등 정당 홍보 담당자를 방불케 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런 박 씨에 대해 방심위는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선거방송심의위원 관련 규정에서 ‘당원’을 금지한 것은 최소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인사는 배제해야 한다는 공정성 원칙을 전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런 인물이 선거방송심의위원이 되는 것은 규정의 기본 취지에 배치된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부적격자가 임명된 데 대한 책임은 이런 인물을 추천한 국민의당과 이를 임명한 방통심의위, 그리고 현행 제도 모두에 있다.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의당에 있다. 이번 추천은 국민의당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송과 방송심의를 획책하기 위해 한 행위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국민의당은 지금이라도 박 씨의 추천을 철회해야 한다.
국민의당의 추천을 그대로 받아 ‘종편 평론가’ 박상병 씨를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선임한 방통심의위도 문제다. 현행 법·제도 하에서 방통심의위가 추천단체에서 정한 인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박 씨는 방통심의위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 선임 사흘 전에도 종편에 출연해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예비 후보자와 선거에 대해 얘기를 나눈 사람이다. 이런 국민의당의 추천은 부적절하다는 것을 공론화하고 재추천을 요청했어야 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방통심의위는 선거방송심의위 구성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법제와 방통심의위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등의 개정에 앞장서야 한다. 현행법에 따라 방통심의위는 국회 교섭단체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사·방송학계·대한변호사협회·언론인단체·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9인 이내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추천단체에서 정한 인사가 ‘당원’이란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관례상 거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선거방송심의의 공정성과 객관성, 독립성 등을 지키기 위해선 심의 대상이 되는 방송의 출연자와 관계자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제한 규정이 필요하다. 방송을 심의하는 방송심의부터 심의를 해야 한다는 자조와 한탄을 이제는 그만 끊어내야 한다. <끝>
2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