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시청자 없는 방송미래발전위원회는 허구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19일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방송미래발전위원회는 지난 8월 22일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방통위가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 확보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하기로 한 제도개선 자문기구다.
업무보고에서 방통위는 각계 전문가와 제작·편성 종사자 대표, 시민단체 등과 함께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구성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쟁점 분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구성된 방송미래발전위원회 1분과(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와 2분과(방송 편성·제작 자율성 제고) 위원 명단 어디에도 시청자와 현업 언론인을 대표하는 이름은 없다.
앞선 두 정권에서 방송은 권력의 ‘충견’으로 전락해 권력의 치부를 은폐하고 궁극에는 나라를 결단 나게 만든 공범자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선정주의와 상업주의에 물들어 방송환경을 극도로 혼탁하게 만들었다. 이들을 진정한 ‘감시견’으로 거듭나게 하고, 건강한 국민의 공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청자·국민의 목소리에 최우선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인 언론 자유가 사라진 9년의 최대 피해자는 시청자·국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청자·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권력이 좌지우지하는 방송이 어떤 모습인지 지난 9년 동안 똑똑히 목도했다. 정권에 우호적인 방송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탄생시켜 육성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은 권력의 편에서 막말·오보·편파방송을 일삼으며 사회 갈등을 키웠고 지금도 공영방송 정상화 추진을 ‘방송장악’, ‘정치보복’이라 폄하하며 청산해야 할 적폐세력을 대변하고 있다. 권력의 비호 속에 성장하는 종편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공영방송엔 권력의 하수인들이 투하됐고, 이들은 양심적인 언론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해 권력에 복속시키려 했다.
장악된 방송 환경 하에서도 언론·시민단체들은 진정한 의미의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제시했으며, 청산 대상인 종편의 뒷돈이 될 수신료 인상을 치열하게 투쟁하여 막아내는 등 시청자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다. 방송 환경을 보다 건강하게 하고, 방송이 진정으로 국민과 시청자를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제도개선 논의에 언론·시민단체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망가진 방송·제작 현장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현장 방송인들의 참여 또한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국민이 주인 되는 공영방송을 위해”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방통위는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밝힌 내용대로 ‘시민단체와 제작·편성 종사자 대표’를 모두 포함하는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이라도 위원 구성 폭을 확대하고 전면 재구성에 나서야 한다.
시청자·국민의 참여, 그리고 방송 현업 종사자의 참여, 그것이 ‘국민이 주인 되는 공영방송 만들기’의 완전한 시작이다. 만일 방통위가 스스로 대통령에게 보고한 “제작·편성 종사자 대표, 시민단체 등과 함께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내용을 뒤집고 끝끝내 시민단체와 방송 현업 종사자들을 배제하는 기존의 구성 방침을 고집한다면, 그렇게 강행한 방통위 책임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 <끝>
2017년 10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