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언론 적폐 TV조선과 한통속인 방통심의위를 규탄한다언론중재위원회가 해명 보도를 하도록 ‘강제 조정’한 TV조선의 허위 보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면죄부를 주는 촌극이 발생했다.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에 불합격 점수를 매기고도 ‘3년 재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스스로도 ‘자격 미달’이라 판단한 TV조선에 면죄부를 주더니, 이제는 산하기관인 방통심의위가 나서서 ‘생명 연장’을 책임지는 모양새다.
시민단체 명예훼손은 맞지만 ‘경징계’? 봐주기 심의도 정도가 있다
TV조선은 지난 2월 9일 저녁종합뉴스 ‘뉴스판’의 <사실 왜곡 뉴스 심각, 피해도 확산>에서 TV조선 ‘이봉규의 정치 옥타곤’을 비평했던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의 기사를 ‘가짜뉴스’로 묘사했다. 이에 언론중재위원회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기사는 가짜뉴스가 아니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사실상 정정보도에 준하는 해명 보도를 하도록 강제 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 해명 보도는 4월 15일 TV조선 ‘뉴스판’에서 방송됐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기사를 가짜뉴스로 묘사한 TV조선(2/9)
민언련은 TV조선의 이 허위 보도에 대해 방통심의위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시민단체의 정당한 방송 비평을 ‘가짜뉴스’로 매도한 악의적 보도였기 때문이다. 방송심의규정 제14조 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조항과 제20조 명예훼손 금지 1항 “방송은 타인(자연인과 법인,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된다”를 심각하게 위반한 사례이다. 그러나 지난 5월 26일, 방통심의위는 이 보도에 ‘의견제시’ 결정을 내렸다.
법정제재도 아닌 행정지도, 그 중에서도 가장 가벼운 제재를 가한 것이다. ‘의견제시’는 말 그대로 방통심의위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일 뿐, 방송사에게는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방통심의위는 심의 의결 결과에서 “언론에 대한 시민단체의 정당한 비평을 ‘페이크뉴스’, ‘가짜뉴스’와 동일시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점을 강조하는 등 해당 단체의 명예를 실추시킬 소지가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 관련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도 결론은 ‘의견제시’로 의결했으니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민단체의 정당한 비평을 가짜뉴스와 동일시”해도 아무런 제재가 필요 없다고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TV조선 재승인의 ‘키’를 쥔 방통심의위, ‘봐주기 심의’로 일관
명백한 허위 보도이자 명예훼손 사례인 보도에 가장 가벼운 제재를 내렸으니 다른 민원 사례들은 볼 것도 없다. 3월 종편 재승인 심사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TV조선에 ‘재승인 불가’ 수준인 625점(합격점은 650점)을 줬지만 “추가개선계획 제출 및 이행 의지”를 보였다면서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했다. 그 조건 중에는 “오보·막말·편파방송과 관련한 법정제재를 4건 이상 받지 않을 것”이 포함되어 있다. 즉 방통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를 4건 이상 받으면 1년 단위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다시 어길 경우 6개월 단위로 ‘영업정지’를 내린다는 것이다. 엄격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큰소리쳤지만, ‘속빈 강정’에 가깝다. 방통심의위가 TV조선에 ‘솜방망이 심의’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제재 4건 이상 발생 시 시정명령’이라는 TV조선 재승인 조건은 2017년 4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법정제재 건수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당장 방통심의위가 발표한 2017년도 4월 심의의결 현황을 보면 TV조선에 가해진 법정제재는 1건도 없다. 행정지도인 권고 6건과 의견제시 2건이 전부다. 이처럼 경징계에 그친 TV조선의 방송 내용들을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권고’가 내려진 TV조선 ‘박종진의 라이브쇼’ 1월 13일 방송의 경우 당시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 서석구 씨가 출연했다. 그는 촛불집회를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라며 근거없이 음해하는 한편, JTBC의 태블릿PC 보도를 “조작”이라 매도했다. 진행자인 박종진 씨가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반론을 펴기는 했으나 이런 방송내용은 분명 방송심의 규정 제9조 공정성과 제14조 객관성을 위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재판 중인 사건을 다룰 때 ‘재판의 결과 또는 재판의 내용과 관련되는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내용’을 방송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 제11조를 위반한 것이다. 사실상 서석구 변호사 출연 자체가 규정 위반을 수반하고 있음을 TV조선이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정치적․사회적 공방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사안을 다루면서, 양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한 것은 관련 심의규정에 위반되는 것”이라면서도 “진행자가 지속적으로 반론을 펼치며 대담의 균형성을 견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유로, 제9조 공정성만 적용, 경징계인 권고를 의결했다. 전형적인 봐주기 심의 사례라 하겠다. 나머지 7건의 의결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심의 안건으로도 못 올라간 ‘기각’ 사례도 기가 막힌 수준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그나마 행정지도를 받은 이 8건의 사례도 많은 민원 제기를 ‘기각’하면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의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민언련이 제기한 민원 중 4월에 심의 절차가 끝난 사례는 20건(선거방송심의위 민원 포함)인데, 이중 무려 13건이 ‘기각’됐다. ‘기각’은 방통심의위 사무처가 심의 대상 안건으로 올리지도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나머지 7건은 권고 5건, 의견제시 1건, 문제없음 1건 등 제재가 없거나 행정지도에 그쳤다. 이는 방통심의위가 상당수의 민원을 심의 안건으로 올리지도 않은 채 기각하면서, 나머지 민원에 ‘알리바이’ 또는 ‘보여주기’식으로 경징계를 내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방통심의위 사무처가 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리지 않은 채 기각으로 처리하는 민원 중에서도 심각한 심의 규정 위반 사례들이 즐비하다. TV조선 ‘뉴스판’의 3월 14일 보도인 <앵커칼럼>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비문은 난닝구, 친문은 빽바지”라며 갈등을 부각하더니 ‘친문의 막말이 문제’라면서 “입이 머리의 항문”이라고 비유했다. 방통심의위는 “실제로 사용되었던 단어들이나 당시의 내부 비판 의견 등을 언급”했으므로 “비속어를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정치인들이 보다 신중히 발언할 것을 촉구하고자 하는 취지”라며 ‘기각’을 결정했다. ‘실제 사용된 비속어’라면 언론 보도에서 써도 문제가 없다는 방통심의위 사무처의 자의적인 잣대가 놀라울 따름이다.
방통심의위, ‘언론 적폐’와 한통속인가
이쯤 되면 방통심의위가 ‘조건부 재승인’으로 철저한 관리 대상이 되어야 할 TV조선의 뒤를 봐주는 격이다. TV조선은 개국 이후부터 꾸준히 오보‧막말‧편파로 비판받아 왔고 방송통신위원회도 3월 재승인 심사에서 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재승인 조건’에서도 결국 오보‧막말‧편파가 화두가 된 만큼 방통심의위의 심의는 결국 TV조선 재승인의 열쇠가 된 셈이다. 그런데 그런 방통심의위가 TV조선에 제기되는 민원을 무더기로 기각하면서 기본적인 언론 윤리조차 지키지 않은 사례들에 ‘봐주기 심의’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10일 정권이 교체되면서 각 분야의 개혁이 착수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언론개혁은 미온적인데 차기 방송통신위원 내정부터 정치권의 ‘전리품 챙기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6월 5일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하고 4기 심의위원을 꾸리게 된다. 오보‧막말‧편파로 대표적인 ‘언론 적폐’로 지목되는 TV조선의 재승인 여부는 법정제재 권한을 가진 방통심의위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 이상 방통심의위가 ‘언론 적폐의 공범’이 되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전문적인 인사로 방송통신심의위원이 구성되기를 거듭 촉구한다. 아울러 자의적인 '기각'처리 등을 일삼고 있는 사무처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조치를 촉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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