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차기 방송통신위원 추천에 대한 논평

전리품 챙기기에 혈안이 된 여야의 방통위원 추천, 국민 심판 대상이다
차기 방통위원, 방송개혁 적합성이 최우선적 기준, 전문성과 공공성 겸비해야
등록 2017.05.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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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내정한 차기 방송통신위원 면면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여야 정치권이 지난 촛불 항쟁 과정에서 언론개혁을 위해 무엇을 했다고, 이제 와서 전리품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지 기가 막힌다. 촛불광장에서 국민들은 “언론도 공범이다”며 언론개혁을 소리높이 외쳤다. 만약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또 방송이 진실을 보도했다면, 특히 공영방송이 최소한의 공정보도를 했더라면,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헌정유린과 국정농단 상황이 저토록 오래 지속되지 못했을 것이고, 또 대선의 마지막 순간까지 조마조마하며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 못하고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에 부역하고 있을 때, 국회와 여야 정치권은 언론개혁을 위해 과연 무슨 일을 하였는가?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권한과 의무를 사실상 내팽개치고 부역언론을 방치해 놓았던 여·야 정치권이, 이제 와서 언론개혁의 대의나 또 전문성과 공공성마저도 모두 내팽개쳐 버리고, 마치 ‘차관급 자리’에 자기 사람 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실로 역겨운 모습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선 국민의당 내정자인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는 난마와 같이 얽혀있는 방송통신 분야의 개혁과제를 제대로 풀어가기에 전문성도 부족하고, 방송에서 막말을 쏟아 내거나, 과거 군사독재를 찬양한 전력 등 국민 눈높이에 한참이나 미달하는 인사로 보인다.

더욱이 고영신 씨는 법률상 결격사유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0조(결격사유) 1항 2호는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위원 임명 전 3년 이내에 종사하였던 사람’은 방송통신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고영신 씨는 2014년 3월부터 2년 간 부산지역 방송인 KNN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바 있어 애초부터 방통위원 자격이 없는 인물이다. 국민의당이 법률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부적격 인사를 추천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고영신 씨는 막말 패널로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방통위원으로서 부적합하다. 종편에서 한 고영신 씨의 발언은 2014년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인 ‘주의’ 1건, 행정제재인 ‘권고’ 4건, ‘의견제시’ 3건의 제재를 받았다.(https://goo.gl/vIqBUu) ‘고 노무현 대통령 유족에 대한 비아냥거려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았고, ‘문재인 전 대표가 김홍걸 씨를 호위무사처럼 데리고 다닌다’는 발언으로 등으로 행정제재인 ‘권고’를 받았다. ‘비뚤어진 여성관, 여성 비하발언’으로는 의견제시를 받는 등 총 8건의 제재를 받아 종편의 막말 인사로 등극했다.

지난해 4․13총선에서는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안팎곱사등이”라는 황당한 막말도 했다. 국민의당이 자당 대선후보에 막말을 한 사람을 추천한 깊은 뜻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처럼 방송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장애인 비하발언을 해대는 인사를 추천한 것으로 보아, 국민의당이 인간 존중과 방송에 대한 기본인식이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고영신 씨의 부적격 행적은 종편에서 한 발언뿐만이 아니다. 고영신 씨가 경향신문 재직시절 쓴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에 대한 폄훼와 전두환 독재정권 찬양에 이르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고영신 씨는 <뿌리내린 의식혁명…사회정화 운동 1년 그 방향과 과제>(1981.11.30.)라는 기사에서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인 인권 탄압사례로 지목되는 삼청교육대를 시종일관 노골적으로 찬양했다.(https://goo.gl/cdkKCE) 기사는 전두환이 펼친 ‘사회정화운동’ 1년을 맞아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잔존하나 뿌리 깊은 부조리와 묵은 때를 씻어내고 국민 속에 새 시대의 개혁의지를 정착시키는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며 삼청교육대를 미화했다. 또 기자칼럼 <구원 털고 한풀이 넘어>(1987.9.10.)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풀이쯤으로 깎아내리고 그만 묻고 가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광주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자처하는 국민의당이 이렇듯 전두환 독재를 찬양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인사를 차기 방통위원으로 내정했다니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영신 씨의 이러한 언행을 사전에 몰랐다 해도 걸러내지 못한 국민의당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고, 만일 알고도 그리 했다면 더 큰 일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5.18 광주정신 훼손과 전두환 독재 찬양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는 국민의 당 자체가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의결 보류된 최수만 전 한국전파진흥원장 또한 정도의 차이일 뿐 부적격이기는 마찬가지다. 최수만 씨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정보통신부 진대제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으로 이후 한국전파진흥원 원장으로 재직하다 OB맥주 전무와 정책홍보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때문에 최수만 씨가 방송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통신에 대한 업무에서도 손을 뗀지 오래돼 급변한 상황에 대한 전문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사전 내정’으로 논란이 불거지는 등 절차적 문제도 제기된 바 있다.

 

또한, 황교안 국무총리(당시 대통령권한대행)가 언론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목전에 두고 알박기식 임명을 강행했던 김용수 씨(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장)도 부적격임은 매한가지다. 김용수 씨는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래전략수석비서관실 정보방송통신비서관으로 있으면서 방통위를 해체하려 했고, 그 이후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고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인사이기도 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방송통제와 통신규제 도구로 전락한 방통위 개혁과 독립성은 물론 민주적 여론 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송·통신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 앞에 직면해 있다. 권력에 의해 황폐화된 공영방송 정상화도 결코 쉽게 볼 수 없다. 한편으로는 산업논리에 경도되기 쉬운 관료주의 및 정치적 성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업계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편익에 따라 정책방향을 재조정해야 할 과제도 주어져 있다. 나아가 독립적인 정책·행정 규제기구로 재구축할 논의 테이블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방송통신위원들로는 방송개혁에 대한 의지와 능력을 갖춘 사람, 또 방송과 통신에 대한 민주적, 공공적, 개혁적인 자세를 갖춘 사람이 우선순위로 선택되어야 하고, 그 중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선택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내정되었다는 차기 방통위원 추천 후보들이나, 황교안총리가 대행시절 알박기하여 놓은 방통위원은 국민적 열망과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기에 한참이나 부적격해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여야가 공히 방송과 통신에 대한 이해 부족은 물론 방통위원 자리를 한낱 권력이나 여야정치권이 자리 나눠먹기 하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탄핵과정에서 국민들은 ‘언론도 공범’이라고 외쳤고, 지금도 검찰과 재벌개혁에 이어 언론개혁을 새정부의 주요한 과제로 꼽고 있다. 작년 총선이후 여소야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과연 무슨 개혁입법을 실현시켰는지 되돌아본다면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는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런데도 정권교체에 의한 수혜를 챙기겠다고 달려드니 국민들의 눈총이 따가울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은 당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자 어제 오후 원내대표단과 미방위원 간 비공개 회의를 열어 고영신 씨에 대한 재논의를 결정했다고 한다. 혹여 시간을 끌며 여론의 눈치를 살피려는 허튼수작일랑 꿈도 꾸지 마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촉구한다. 최수만 씨와 고영신 씨에 대한 내정을 당장 철회하고, 국민 열망에 부응할 전문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방통위원 추천을 위한 과정을 새롭게 밟으라. 그리고 황교안이 대선을 목전에 앞두고 부당하게 알박기한 김용수 씨를 퇴출시키고 전문성과 개혁성을 갖춘 제대로 된 방통위원을 새로 선임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 <끝>

 

2017년 5월 3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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