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 KBS ‘일베 기자’ 취재부서 발령 관련 논평
‘일베 기자’ 취재부서 보낸 KBS, 공영방송 자존심 지켜라
지난 10일,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에서 활동한 전력 탓에 취재 업무에서 배제됐던 KBS 기자가 취재 부서인 사회부로 발령을 받았다. 2015년 ‘일베 유저의 KBS 합격’이 논란이 되자 KBS 경영진은 해당 기자를 보도본부 밖 남북교류협력단으로 파견근무를 보냈다. 당시에도 국민의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 하는 임시방편의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번 발령은 KBS의 속내가 무엇이었는지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여성 비하 전력…공익의 대변자로 적절한가
일베는 여성과 호남 비하, 노무현 전 대통령 조롱 등을 일삼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일베에 심취했던 해당 기자 역시 KBS 입사 전 “생리휴가는 사용 당일 착용한 생리대를 직장 여자 상사 또는 생리휴가감사위원회(가칭)에 제출하고 사진자료를 남기면 된다”, “여자들은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연음란 아니냐” 등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마저도 그나마 순화된 표현으로 옮겨진 것이다. 해당 기자가 실제 일베에 올렸던 글은 우려스러울 정도로 왜곡된 성 인식과 폭력적인 언어를 담고 있었다.
이처럼 왜곡된 성 인식, 반사회적인 생각을 가진 기자가 ‘공익의 대변자’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해당 기자는 KBS 합격 후 일베 전력이 드러나 논란이 되자 “과거에 쓴 글들에 본심이 담긴 것이 아니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사내 게시판에 올려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그러나 그가 일베에서 드러낸 심각한 폭력에 비하면 ‘면피용’에도 미치지 못한 사과였다. 무엇보다 본심이 아니었다는 사과를 끝으로 2년이 채 안 되어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기에는 그가 뱉은 말의 무게가 너무나 엄중하다.
KBS의 ‘꼼수’ 인사 조치…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 망각했나
KBS의 이번 인사 발령은 KBS의 무책임과 정치적 편향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입사와 동시에 남북교류협력단으로 파견근무를 갔던 해당 기자는 지난해 보도본부 비취재부서로 발령을 받았고, 올해에는 결국 취재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이런 단계적인 인사 조치를 통해 결국 해당 기자는 시민들 앞에 마이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KBS가 처음부터 ‘일베 기자’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었으며 그저 논란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역시 성명을 통해 “회사가 지난 2년간 이 문제와 관련해 한 일이라고는 채용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보도본부 밖에서 근무토록 하다가 1년 뒤에는 슬그머니 보도본부 내 비취재부서인 편집부로 인사발령을 내고 이번에 다시 취재부서로 발령 내 완벽한 복권(?)을 시켜준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S가 이와 같은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도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KBS는 ‘일베’가 건전한 상식에 반하는 반사회적 커뮤니티라는 것을 모르고 이처럼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일베 기자’ 문제를 대하는 KBS의 안이함은 최근 KBS의 행보와 비교했을 때 더욱 의문스럽다. KBS는 최근 문재인 전 대표 지지모임인 더불어포럼에 공동대표로 참여했다는 이유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를 출연금지 시킨 바 있다.
이런 현실로 미루어 볼 때, 이번 인사발령 조치 역시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든다. 설사 ‘일베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안이한 조치를 했다 하더라도,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충분한 설명 없이 ‘일베 기자’를 복권시키는 것은 일베가 초래한 사회적 분열에 기름을 붓는 것이자, 일베가 폭력적인 언어로 겨냥해온 여성, 호남 시민, 야당 지지자들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히는 것이기도 하다. 당장 KBS의 여성 직원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BS는 이들의 분노를 외면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KBS가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에 걸맞는 적절한 인사 조치를 내리기 바란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