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 MBC의 이석수 감찰관 감찰 내용 누설 관련 보도에 대한 논평(2016.9.2.)
등록 2016.09.02 12:14
조회 365

 

MBC, ‘이석수 대화록’ 불법 입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 불법 정보 취득 반드시 책임이 따를 것이다 -

 

 

MBC는 지난 달 16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모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내용을 누설해 특별감찰법을 위반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기회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를 감찰해 왔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됐고 지난 29일 특별감찰관직을 사퇴했다.
문제는 MBC 보도에 담겨있는 기자와 특별감찰관과의 통화내용이 어떤 경위로 MBC에 흘러들어갔느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MBC가 청와대의 사주를 받아 이석수 감찰관을 찍어내고 우병우 수석의 사퇴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해 불법 의혹이 짙은 정보를 무리하게 보도한 것이라는 비판이 높다.

 

△ MBC <뉴스데스크> [단독]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상황 누설 정황 포착(8/16)

 

16일 MBC 뉴스데스크는 <단독/특별감찰관이 감찰 상황 누설 정황>(5번째, 정동욱 기자)에서 이석수 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정황을 담은 SNS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그 누설 내용이라는 것이 “감찰 대상은 우병우 아들”, “우병우 버티면 검찰에 넘기면 된다”, “우병우 처가 화성땅, 감찰 대상 아냐” 등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의혹들에 대한 감찰활동에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특별감찰이 그보다 힘 센 또 다른 권력에 의해 방해받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했어야 했다. 하지만 MBC는 이런 사실은 무시한 채 이석수 감찰관이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는 ‘감찰정보 유출’ 사실만을 부각해 보도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MBC가 이석수 감찰관과 기자의 통화내용을 어떻게 입수했느냐는 것이다. MBC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기초해 보도한 것이라면 다수가 접할 수 있는 정보라는 점에서 ‘단독’이라거나 ‘입수’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였을까. 17일에는 관련 내용이 “SNS를 통해 외부에 유출되었다”고 보도했지만 오히려 더 큰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MBC는 해당 언론사의 기자가 회사에 올린 정보보고가 유출된 것이라고 했지만, 해당 언론사인 조선일보는 이에 크게 반발했으며 당사자들도 부인하고 있다. 

 

때문에 MBC가 언론사 전산망을 해킹했거나 불법 도·감청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받아 보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이석수 감찰관을 축출하기 위해 누군가 불법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취득해 MBC에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그러한 의혹이 제기되는 데는 문호철 MBC 정치부장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이 서울법대 84학번 동기생이라는 학연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는 마치 2011년에 있었던 KBS의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을 보는 듯하다. 2011년 6월 24일 한선교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회 참석자들의 발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공개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에 각을 세우며 수신료 인상을 요구했던 KBS가 이 사건에 연루되었을 정황이 제기되기도 했다.

 

 

 

MBC가 어디선가 불법으로 획득한 정보를 내밀하게 받아 보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MBC는 이석수 감찰관을 찍어내는데 앞잡이 노릇을 한 것에 다름 아니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할 사안이다. 


이렇듯 MBC의 정보 입수 과정이 불법행위 의혹으로 번지고 있는데도 MBC는 어떠한 해명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MBC가 진정한 공영방송이라면 이런 의혹들 앞에서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산으로 시간을 때울 때가 아니다. 제기된 의혹을 온전히 해명하지 못한다면 MBC는 부도덕한 정권의 안위를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 집단이라고 낙인 찍혀도 할 말이 없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조차 우병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MBC는 청와대 꽁무니만 따르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과 몰락의 길을 함께 걸을 것인지,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국민의 공영방송으로 역할을 다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2016년 9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