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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조선일보의 세월호 특조위 오보 정정보도에 대한 논평(2016.07.01)
등록 2016.07.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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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보도를 정정해야 하는 조선일보, 변명 그만하고 사죄 담아라

 

 

 

29일 1면 보도인 <세월호 특조위, 104억 예산 청구 비즈니스席 해외출장 계획 논란>에서 세월호 특조위에 대한 흠집내기성 오보를 냈던 조선일보가 7월 1일 정정보도를 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조선일보는 해당 정정보도에서 사죄가 아닌 발뺌성 변명과 책임 떠넘기기에 몰두했을 뿐 아니라, 바로 옆에 정정보도보다 더 크게 물타기성 기사를 실었다. 이는 세월호 특조위는 물론 세월호 가족과 국민 모두를 대놓고 모독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조선일보 1일 2면 하단에 실린 <바로잡습니다>에서는 “특조위가 미국 447만원, 영국 267만원 등 비즈니스 항공권 가격을 요구했다. 상임위원(차관급) 등 고위 직급뿐 아니라 출장자 모두가 비즈니스 좌석 요금을 책정한 것”이라고 보도한 것을 언급했다. 또 “그러나 이는 ‘공무원 여비 규정’ 등 정부의 예산 관련 규정에 따른 ‘이코노미석 요금’이고 특조위는 이에 따라 신청한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여기까지만 보도하고 적절한 사과를 했다면 적당한 정정보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어 “본지는 기사 작성 시 이 부분에 대해 특조위 언론 담당자와 3차례 통화하면서 비즈니스석 요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신청한 이유를 확인”했지만 당시 특조위 측이 “‘차관급 상임위원은 정부 규정에 따라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직원들도 관련 정부 규정에 따른 요금을 신청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또 “예산 요구서에는 국가당 3명인 출장자들 항공료가 모두 같은 액수로 돼 있”어서, 본인들이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발뺌성 변명이 정정보도에 나올만한 내용인가. 이 정정보도는 완전히 잘못된 정보로 특조위의 도덕성에 치명적 흠집을 내놓는 오보를 1면에 게재했다가 그것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자, 마지못해 잘못을 변명하기 위해 내놓은 면피성 정정보도이다. 그런데 그 속에는 기자의 윗선 보고 과정에서도 납득하기 힘든 기자의 ‘실수 배경’이 구구절절 담겨 있다. 이는 마치 조선일보 기자 본인은 취재를 충분히 했지만, 특조위 측이 조선일보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탓에 이런 오보가 나온 것인양 책임전가하는 식이며 치졸한 발뺌성 변명에 불과하다. 조선일보의 수준이 이정도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정정보도 안에 또 다른 사실 왜곡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민언련이 본 기사 관련하여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특조위 관계자와 통화해서 확인한 결과, 특조위 관계자는 “만약에 상임위원이 (해외출장을) 가게 되면 차관급이니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고, “상임위원을 제외한 직원들은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해외출장을 갈 수 없다”고 조선일보 측에 관련 규정에 대해 설명했을 뿐이라고 한다. 애초 제대로 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책임은 취재를 진행한 조선일보에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대형 오보를 낸 자신들의 취재능력이 수준미달이었음을 탓하지 않고 특조위의 설명이 부실했다는 식의 변명을 일삼고 특조위 측 답변을 교묘하게 짜깁기 한 셈이다. 이는 정정보도 자체가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이날 정정보도를 실은 2면에 <똑같이 뉴욕 가는데… 일반인 111만원, 공무원 421만원>, <업그레이드·마일리지 등 모든 혜택 담겨… 공무원 항공권은 황금 티켓> 등의 보도를 배치하고, 중앙 부처 공무원들이 해외출장을 다닐 때 돌발상황을 대비해 환불, 일정 변경 등이 가능한 공무원 전용티켓인 ‘GTR 티켓’을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비싼 항공권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무원이 국가 예산을 합리적으로, 더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예산 사용 문제가 내부규정 때문에 생긴 일이라면,, 그 내부 규정의 문제점부터 지적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세월호 특조위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를 내면서, 정부 예산편성지침을 그대로 따른 공무원들에 대해 ‘예산낭비하고 있다’는 식의 비판보도를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의도적인 ‘화풀이 보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조선일보는 사과는커녕 정정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피할 수 없어 내게 된 정정보도도 거짓된 변명으로 일관했다.

 

조선일보의 치졸한 ‘지면 장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날 조선일보는 4면에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세월호 참사 때 KBS보도에 개입한 정황을 소개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기사 바로 아래에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의 ‘경찰서장 개인정보 요구 논란’을 배치했다. 이는 이미 그 전날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 보도되었던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뉴스다.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개입 기사를 물타기 위한 기사편집이다.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라는 이름의 ‘변명문’을 내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자사의 오보에 의해 피해를 입은 세월호 특조위를 겨냥하는 보도로 관련 지면을 채웠다. 이는 조선일보가 언론의 가면을 쓴 채,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팽개치고 사회적 해악을 끼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조선일보는 오보 뿐 아니라 정정보도에서의 왜곡 및 치졸한 ‘지면 장난’ 등에 대해 당장 사과하고, 대오각성해야 할 것이다. <끝>

 

 

2016년 7월 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