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 한국외대, 고대영․박노황 비판 기사 게시한 교지 강제 회수에 대한 논평(2016.6.22.)
한국 외대, 자치언론 탄압 부끄러운 줄 알라
학생들의 자치 언론기구가 발간하는 교지가 대학본부에 의해 강제 수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지인 <외대> 교지편집위원회는 SNS를 통해 “KBS 고대영 사장과 연합뉴스 박노황 사장을 비판한 기사에 대한 동문회 측의 항의로 인해 학교가 교지 수거에 나섰다”고 밝혔다.
6월 9일 배포된 ‘<외대> 84호’에는 한국외대 총동문회에서 수여하는 ‘2016 자랑스러운 외대인상’을 고대영 KBS 사장과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이 시상한 것에 대한 비판 기사가 실려 있었다고 한다. ‘<외대> 84호’는 고대영 KBS 사장을 다루며 △후배기자 폭행 시비 △불공정 보도 △기자도청 스캔들 등을 지적했다.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에 대해서는 △편향보도 △인사전횡 및 편집총국장 제도 폐지 등의 문제를 비판했다. 보도는 ‘자랑스런 외대인상’의 선정 기준을 물으며 “(선정)기준이 언론인으로서의 소신을 지키는 직업 정신이나 정치적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중립성 따위가 아님은 분명하다”고 일갈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고대영 KBS 사장과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이 정권과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으며, 정권을 위한 불공정 보도와 편파보도를 반복하고 이를 지적하는 내부 구성원들에게 재갈 물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은 숱하게 제기되어 왔다. 고대영 사장과 박노황 사장의 모교인 한국외대 재학생들이 ‘우리 학교 출신 선배’라며 눈감지 않고 선배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비판한 것은 오히려 칭찬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외대 대학본부는 총동문회가 해당 기사를 문제 삼자, 학내에 배포된 교지를 일방적으로 모두 수거해 버렸다. 학교본부가 무슨 명분으로 교지를 수거할 수 있는가? 한국외대 대학본부의 행태는 명백한 언론탄압이다. 언론보도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 문제제기를 해야 마땅하다. 정정 보도를 요청하거나, 반론 보도를 해도 되고, 학내에 반대 의견을 게시하는 등 충분히 다른 방법들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힘 있는’ 총동문회의 ‘불편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학생들의 자치 언론을 짓밟아버렸다. 게다가 교지편집위원회가 SNS로 밝힌 바에 따르면 교지는 “등록금에 포함된 1인당 자치회비 2700원으로 발간”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 주장대로 학교가 교지를 일방적으로 수거한 뒤 통보한 것은 학생들의 재산권 침해이자 알 권리 침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배움의 전당인 대학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행태가 한국사회의 추악한 단면을 그대로 닮아 있음에 참담함을 느낀다. 정치권력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보도를 통제하고, 비판하는 기자들을 해고와 중징계로 재갈을 물리는 행태가 공영방송사, 공영통신사에서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자랑스런 외대상’을 수상한 이들이 주도하고 있는 일이고, 외대 교지가 그들을 비판한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외대 대학본부는 당장 ‘<외대교지> 84호’를 학생들에게 반환하고 언론탄압 행태를 중단하라. 또 무단 탈취 행위에 대해 교지편집위원회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외대 대학본부가 저지르는 행태를 지속한다면, ‘자랑스러운 외대’가 아니라 ‘부끄러운 외대’의 모습을 남을 것임을 잊지 말라. <끝>
2016년 6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