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 법무부의 언론사 등급제 및 친정부 언론 특혜 제공에 대한 논평(2016.5.31.)
법무부는 ‘2016년도 판 언론통제’ 걷어치워라
법무부가 언론사들을 친소관계나 친정부성 여부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우호적인 특정 언론사만을 대상으로 홍보성 기사를 기획하는 등 언론을 길들이려 했다는 정황의 문건이 공개됐다.
오늘(5/31)자 국민일보는 법무부가 ‘2016년 정부업무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얻기 위해 특정 언론사에 기관장 홍보, 기획보도 등을 집중 추진하라고 내부적으로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2016년 정부업무평가 부문별 대응계획’의 일환으로 국정과제 추진 실적을 중심으로 한 ‘언론 호평’ 자료를 중점 수집하기로 계획했다. 그 일환으로 법무부는 △공중파 3사의 교양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 기획 방송을 추진 △주요 신문에 기고와 기획기사 등을 적극 내보내기로 했다. 특히 문건은 ‘특정 언론사’로 ‘공중파 3사’와 ‘조·중·동’을 명시해, 현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사와 정권의 나팔수로 인정받는 조중동이 주요 홍보 추진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계획은 계획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언론대응 및 방송·신문 보도성과에 일정 부분의 자체 점수를 배정하여 관리를 독려했고, 각 실국에 신문스크랩 등을 과제 이행 증빙자료로 확보토록 했다고 한다. 또한 문건은 기획조정실장, 차관, 장관의 결재를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이번 사안은 정부 부처가 언론사의 등급을 나누고 이들 친정부 매체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여론공작을 진행하고, 그 방법으로 기관장 인터뷰나 기획기사 등의 혜택을 주는 현실의 단면을 또 다시 보여준 것이다. 특히 문건에는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동안 정부 부처 관련 기획기사와 방송에 돈이 오가고 있다는 정황은 여러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다. 시사인은 2012년 1월~2013년 8월 농협의 광고비 집행내역과 관련, 중앙일보는 9건에 대해 3억7500만원, 동아일보는 13건에 6억 2872만원을 받았다고 보도하였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도 11건을 쓰고 1억 3200만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은 2012년 4월20일자 조선일보가 ‘원전강국 코리아’ 기획기사와 관련해 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5500만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 고용노동부, 국방부 등 정부 각 부처에서 홍보예산을 늘려 사실상 기사와 방송을 돈을 주고 사고 파는 상황이 드러난 사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협찬과 기획 등으로 포장해 기사나 프로그램과 돈을 주고 받으면서, 언론사는 배를 불리고, 정부는 유리한 기사와 프로그램을 얻는 행위는 명백한 “언론 매수” 행위다. 이런 식의 관계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이나 기사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리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며, 이렇게 유용, 낭비하면서 부풀려진 정부 홍보 예산은 소중한 국민의 세금이다.
또한 친정권 매체라고 불리는 언론사들에게 특혜를 주어 제작되는 기사나 프로그램이 정부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이나 견제 역할을 수행할 리가 없고, 대신 정부정책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과 홍보기사로 끝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래 갖고 어찌 언론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번 문건을 놓고 법무부는 언론사별 선별이나 차등을 둔 적이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발뺌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이 몇 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문건이 공개된 이상 꼬리자르기 식이나 또는 두리뭉술하게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작성경위, 전체 내용, 책임자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고, 특히 관련 예산이 특정 언론사 쪽으로 흘러 들어간 내역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이런 행위가 법무부 뿐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이상, 정부 전체 부처를 대상으로 ‘2016년도 판 언론통제’에 대한 전면적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끝>
2016년 5월 3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