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 자사 드라마 선전에 정신 팔린 KBS, 공영방송 자격 없다
등록 2016.03.31 21:48
조회 538

자사 드라마 선전에 정신 팔린 KBS,

공영방송 자격 없다

 

 

지난 2월 24일 첫 방영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대한 KBS의 자체 선전이 도를 넘어서서 뉴스까지 사유화하고 있다. 자사 드라마 관련 소식을 간판 뉴스인 <뉴스9>에서 다룬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지만 그 양과 질을 보면 상상 초월이다.
2월 24일 첫 방영 이후, 3월 31일 현재까지 <태양의 후예>를 직접 다룬 보도는 무려 10건이다. 그 내용은 드라마 흥행에 따른 ‘상업성 제고’부터 ‘한류 열풍’, ‘음원 싹쓸이’ 등 볼썽 사나운 ‘홍보’ 일색이다. 자사 드라마의 인기를 보여주기 위해 해외 특파원들도 동원됐다.

 

 

<‘태양의 후예’ 중국서 열풍…“한류 새 장”>(3/9), <‘태양의 후예’ 열풍…중 공안 ‘주의보’>(3/14)는 중국 상하이 김태욱 특파원이, <‘태양의 후예’ 동남아 열풍…총리도 ‘팬’>(3/20)은 방콕 구본국 특파원이 ‘태양의 후예’ 인기를 화면에 담았다. “중국공안이 이례적으로 ‘송중기 상사병’을 주의하라는 경고를 내놨을 정도” 등 민망한 자화자찬은 KBS가 공영방송임을 의심케 하는 정도다. 심지어 관련 상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 특수…한국 제품 ‘날개’>(3/30)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첫 회부터 여주인공이 하고 나온 귀걸이. 말 그대로 대박” “주인공이 애용하던 홍삼 제품은 1년 전보다 2배 넘게 팔렸고” 등 ‘태양의 후예’에 등장한 상품에 대한 적나라한 홍보로 점철됐다. <“한국 문화는 세계로”…드라마 한류의 ‘힘’>(3/29)의 경우 한류 콘텐츠 확대를 위해 “방송 사업자를 둘러싼 비대칭적 광고 규제 등을 해소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광고 규제 완화를 호소하기도 했다. 급기야 KBS는 30일, 주연 배우인 송중기 씨를 <뉴스9> 스튜디오로 초대해 “송-송 커플이라고 하는 등 열애설도 나왔는데 호흡은 잘 맞나”라는 질문을 하며 ‘연예 뉴스’를 방불케 했다.

 

이미 KBS 보도의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KBS는 최근 유승민 의원 탈당 파문 관련 보도는 단 1건에 그치는 등 새누리당 공천 갈등의 주요 사실관계는 외면했다. 반면,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북한의 위협을 강조한 보도만 17건을 내면서 평균 6.4건을 보도한 타사(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를 압도했다. 공영방송 KBS ‘친정부적’ 편향성이 드러난 대목이다. ‘총선보도감시연대’가 KBS의 이런 편향성을 지적했지만 KBS 간부진은 그 비판을 “후안무치하다”며 폄훼해 일선 기자들과 여론의 반발에 직면했다. 오죽하면 KBS의 야당 추천 이사 4명(전영일·권태선·김서중·장주영)이 “KBS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을 우려해 고대영 사장이 보도국 간부들의 부적절한 집단행동을 막아야 한다”며 공동 성명을 발표했을까.


이처럼 편파적이고 부실한 선거보도로 국민을 실망시킨 것도 모자라서, 이제 자사 드라마의 ‘인기 몰이’를 위해 저녁종합뉴스마저 이용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 공정성 4항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라디오방송의 청취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와 46조(광고효과) 3항 “보도․생활정보 또는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에서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상품 등을 소개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 1.합리적 기준 또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상품 등을 선정하여 해당 상품 등에 광고효과를 주는 내용 등”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민언련은 KBS의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심의 결과를 떠나서 KBS에게 묻는다. 부끄럽지 않은가. 아무리 자사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서 흥분했다고 해도, 대통령이 그 드라마를 칭찬했다고 해도, 자사 저녁종합뉴스에서 10건이나 관련 보도를 낸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그러고도 수신료 현실화를 말할 염치가 있는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반성하고 더 이상 이런 식의 뉴스 사유화 행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 그리고 즉각 KBS 뉴스를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공간으로, 공론의 장으로 돌려놓으라. KBS는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 3월 3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