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 박근혜 대통령의 MBC 사태 해결 약속 파기에 대한 논평(2016.2.2)
박근혜 대통령, 2012년 약속을 지켜야한다
- MBC 녹취록 파문을 해결하는 것만이 2012년 약속을 지키는 길이다 -
최승호PD·박성제 기자에 대한 ‘보복 해고’ 파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MBC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파기했다는 주장까지 터져 나왔다. 2012년 MBC노동조합 파업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이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 29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박근혜 의원의 약속을 받고 ‘노조가 파업을 풀면 문화방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노조에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상돈 교수는 그해 8월에 취임 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통해 파업의 원인 제공자인 김재철 사장을 해임하려는 구상을 했으나 청와대와 김무성 선거대책본부장 등의 외압으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상돈 교수는 “박 대통령의 약속 파기가 아니었다면 문화방송 내부의 극단적인 갈등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012년 MBC노조의 파업은 언론 역사상 유례가 없는 170일 간의 장기 파업임과 동시에 “정권의 방송 MBC가 아닌 국민의 방송 MBC로 돌아가겠다”는 MBC 구성원들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MBC노조의 염원은 시민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움직여, 여야는 개원협상에서 김재철 사장을 해임한다는 내용의 합의안까지 도출했고, 당시 여권 핵심과 공감대가 있었다는 설이 파다하게 돌았다. 순리대로라면 새롭게 구성된 방문진 이사회는 김재철 사장의 해임과 그 하수인들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했어야 하지만 해임안은 부결됐다. 김재철 사장은 2013년 3월 해임되기 전까지 파업에 참가했던 노조원들에 대한 대량 중징계와 부당전보, 보복인사의 칼날을 휘둘렀고, MBC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방문진마저 무시하는 행태로 여권 추천 이사들 사이에서도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박근혜 정권이 MBC 사태 해결을 방기함으로써 MBC는 국민들로부터 점점 멀어져갔고 이에 대한 반사이익은 박근혜 정권이 독점했다. 파업에 참가했던 조합원들은 보도나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쫓겨나고, 2012년 파업 이후 이 자리를 채운 시용기자․PD들이 MBC 경영진과 권력에 부역하는 방송을 쏟아내고 있다. 이 결과 작년 1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제9회 미디어어워드 어느 분야에서도 MBC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MBC는 2007~2010년까지 신뢰성과 공정성, 유용성 부문에서 각각 5·4·3위를 유지했으나 2011년 이후 공정성 분야에서 순위에 들지 못했고 신뢰성과 유용성은 2011년 각각 6위, 7위를 마지막으로 순위에서 사라졌다. 이것이 정권에 의한 공영방송 장악이 불러온 참혹한 현 주소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만 했더라면, 또 고영주 같은 극우, 정권편향 인물을 방문진 이사장에 앉히지만 않았더라도 MBC가 이 지경까지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폭로한 청와대의 보도통제․인사개입, 강동순 전 감사의 청와대 KBS 사장 선임 개입 폭로, MBC 경영진이 극우매체 인사와 나눈 녹취록 파문 등 박근혜 정권에 의한 공영방송 장악의 민낯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진실은 영원히 은폐할 수 없고, 진실 앞에 결국 무릎을 꿇기 마련이다.
이 시점에서 박 대통령이 할 일은 딱 하나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증거도 없이 불법으로 후배들의 목줄을 끊은 파렴치한 MBC경영진들을 해임하고 2012년 약속을 지켜라. “그것은 방문진이 알아서 할 일이며 대통령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변명은 결국 2012년 약속 자체가 허구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임을 국민은 다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이 방송장악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면 종국에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끝>
2016년 2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