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더러운 좌파' 발언 조우석 KBS 이사 사퇴 촉구 논평(2015.10.16)
‘더러운 좌파’ 발언 조우석, KBS 이사 자격 없다
조우석 KBS 이사가 도를 넘어선 언어 폭력을 자행했다. KBS이사라는 직책을 특정 짓지 않더라도 그의 말은 편협하고, 혐오스러우며, 폭력적이다.
조 이사는 지난 8일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가 주최한 ‘동성애·동성혼 문제 어떻게 봐야 하나’ 토론회에서 “좌파에는 무식한 좌파, 똑똑한 좌파, 더러운 좌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더러운 좌파’는 동성애자 무리를 가리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동성애자와 좌파의 관계를 설명하며 “00활동가의 애인은 에이즈 환자다”, “○○활동가는 까보니 좌빨”이라는 식으로 특정 인권운동가 3인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조 이사의 혀끝에서 전 현직 정치인들도 수난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었다는 이유로 그를 “동성애와 좌파연대의 결정적 근거”로 꼽았으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관해서는 “공산주의자”라고 단언했다.
△ 조우석 KBS이사 (사진출처 : 경향신문 인터넷판)
막말만 한 것이 아니다. 그는 토론회 직후인 11일 <동성애와 좌파는 왜 하나로 뭉쳤나?>라는 칼럼을 통해 동성애와 좌파는 △사상 문화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고 △동성애차별금지법안 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정치적 움직임을 함께 하고 있으며 △동성애운동에 좌파 주요 활동가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만큼 이들이 “밀월관계”이며 “동성애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다시 한 번 특정 활동가들과 정치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전개 중인 활동가들에 대해서는 구체적 약력까지 소개해 가며 그들을 모독했다.
KBS는 보편적 서비스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이다. 보편적 서비스는 다중이 아닌 사회·경제·문화적 소수자 및 성적 소수자를 배려하는 것은 물론, 그들을 위한 다양한 편성을 하고, 그들의 의견과 주장을 방송을 통해 다중에 알림으로써 우리 사회의 편견과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영방송 뿐 아니라 모든 방송이 지켜야 할 방송심의규정만 보더라도 방송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유지와 인권존중에 관한 사항”을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방송심의규정에는 방송은 공적책임 측면에서 “인류 보편적 가치와 인류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며,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하며,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을 다룰 때에는 특히 인권이 최대한 보호되도록 신중을 기해야 하며, 정신적·신체적 차이를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하거나, 부정적, 열등한 대상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조우석 이사는 바로 이런 책무를 가지고 있는 방송, 그것도 공영방송 KBS의 이사직을 수행한다. 다른 어떤 직보다 정치적 중립성과 더불어 높은 인권 의식을 간직하고 있어야 할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권 감수성이 낮은 수준을 넘어서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적 소양조차 갖추지 못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타인을 혐오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를 하는 자가 과연 어떻게 공영방송 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이에 14일 열린 KBS이사회 회의에 앞서 권태선·김서중·장주영·전영일 등 4인의 이사들은 조 이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KBS 이사로서 한 발언이 아니고, 토론회에서 공식적인 발언을 한 것이므로 문제없다”라며 거부했다. 심지어 이인호 이사장까지 나서서 사장 선임 관련 논의와 조우석 이사의 발언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백배 사죄한다 해도 정상적인 이사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후안무치한 행위를 두둔하고 나선 이인호 이사장과 이를 유야무야 넘기는 여당 추천 이사들 모두 몰상식하기는 마찬가지다. 긴말 필요 없다. 조우석 KBS 이사는 자신의 더러운 입으로 피해를 준 당사자들에게 백배 사죄하고 직을 내려놓으라. <끝>
2015년 10월 1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