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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국정감사와 MBC 보도에 대한 논평(2015.10.6)
등록 2015.10.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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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그 이사장에 그 보도’, 더 이상은 못 봐준다.

 

 

지난 2일에 이어 6일에도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은 충격 발언을 쏟아냈다. 박근혜 정권이 고 이사장을 앞세워 매카시즘 광풍을 불러오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과거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무고한 학생, 교사, 회사원을 간첩으로 조작했던 부림 사건의 수사 검사가 이제는 공영방송 이사장을 맡아 온 사회를 난도질 하고 있다. 하루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

 

2012년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13년 1월,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이고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2일 야당의원들이 질의하자, 고 이사장은 “내가 솔직하게 답변하면 국정감사장이 뜨거워진다. 법정에서 불리해진다”고 답했다. 또한 “문재인 후보가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했지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뿐만 아니다. 고 이사장은 뉴라이트 계열이 주도한 ‘친북‧반국가행위자인명사전’ 편찬에도 적극 나선 바 있다. 이 사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이인영‧오영식 의원이 ‘친북‧반국가 행위자’로 적시돼 있다. 고 이사장은 이에 대한 답변에서 “(그들이) 친북반국가행위를 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이들을 ‘친북반국가 행위자’로 또 한 번 낙인찍었다.
오늘(6일)은 더 나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민중민주주의자’,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했고, 현재 사법부와 공무원에도 김일성의 명령으로 침투해있는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과 교육 분야에도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면서, “어디에나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전직 대통령과 제 1야당의 현 대표와 국회의원들에게 ‘공산주의자’라고 낙인찍는 고영주 이사장의 언행은 1950년 미국사회를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던 미국의 매카시와 판에 박은 듯 닮아있다. 당시 매카시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국무부에 침투했다”는 고발을 공개적으로 함으로써 미국 전역을 들끓게 했지만, 얼마 후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에서 증언했을 때, 그는 ‘정식등록을 한 공산주의자’가 어느 부서의 누구인지 단 한 사람의 이름도 밝히지 못했다. 그러나 매카시의 무책임한 공격은 갈수록 심해져, 마침내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다른 공화당 및 민주당 지도자들까지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미 상원에서 그가 ‘상원의 전통에 위반되는’ 행동을 했다고 의결을 하게 되었다. 전 세계인들은 이와 같이 증거도 없는 의심으로 사회를 분열시키고, 경쟁자를 끌어내리며 공산주의자 마녀사냥을 일삼는 그의 언행 행태를 매카시즘이라고 명명하면서 비판하고 있다. 고영주 이사장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65년 전의 매카시로 부활해 적색 광풍의 마녀사냥을 그대로 재연한 셈이다.
과연 어떻게 이런 자에게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공공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고영주 이사장은 “국민의 화합과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지킬 자격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방문진을 떠나야 한다.

 

더 참담한 것은 이런 국정감사에 대한 MBC의 보도태도이다. 우리는 매카시 발언의 사실 여부에 대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그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썼던 1950년 당시 언론이 매카시 광풍의 또 하나의 가해자였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 모습을 따라가는 MBC 보도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3일 MBC 뉴스데스크는 고 이사장이 출석한 국정감사를 다룬 <국감 후반전 여전히 ‘구태’>(김재홍 기자)에서 고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점도 언급하지 않고 도리어 국회의원들의 태도만을 문제 삼았다. 기자는 “사상검증을 하듯 증인을 다그친다”, “호통을 친다”, “증인의 반박성 답변이 이어지자 야당 의원들은 태도를 문제 삼아 감사를 중단시킨다”며 모든 화살을 야당의원들에게 돌렸다. 고 이사장의 자질 문제와 발언의 심각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JTBC가 <국감장서 “문재인, 공산주의자라 확신”>에서 “과거 자신의 발언을 되풀이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새정치연합 우상호 의원에게 친북 행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돌출성 발언을 쏟아냈다”며 고 이사장의 태도를 지적한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극단적으로 편향적 이념으로 무장된 이사장과 그에 대한 비판마저 묵살하고 편파보도로 호응하는 MBC 보도는 현재 MBC의 처참한 추락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민의 방송 MBC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단 말인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고 이사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변호사협회도 6일 성명으로 “사법권의 독립을 뒤흔드는 발언을 통해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당장 고영주 이사장을 해임하라. 그것이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MBC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재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끝>

 

 

2015년 10월 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