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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관련 동아‧조선 칼럼에 대한 논평(2015.9.10)
등록 2015.09.10 18:49
조회 529

 

설악산 케이블카의 문제,

환경파괴가 아니라 경치라는 동아‧조선

 

 

 9월 9일, 동아일보는 지난 8월 28일 승인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칼럼 <오색 케이블카, ‘설악’은 없고 욕심만 있다>를 게재했다. 이 칼럼은 “잘못된 투자를 잘못된 민원으로 만회하려 한 것이 케이블카”라며 케이블카 사업을 비판했다. 그동안 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성 등 그 효과를 옹호했던 종전의 동아일보 보도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것이다. 하지만 칼럼의 핵심 주장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자체는 필요하지만 설치 노선의 전망이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케이블카 설치 후 관람객이 보게 될 조망을 걱정하는 칼럼은 조선일보에도 있었다. 

 

 동아·조선, 지역 개발 이슈 환영하는 강원 지역신문과 같은 목소리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애초에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크지 않았다. 8월 1일부터 9월 8일까지 관련 보도량은 각각 8건, 7건에 그쳤고 게재 지면 역시 주요면을 한참 벗어났다. 보도 내용에서는 수치 조작 의혹을 받는 환경연 보고서 수치를 그대로 인용하여 경제 효과를 부각시키는 등 사업의 경제성과 기대 효과를 선전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동아일보가 8건 중 5건, 조선일보는 7건 중 4건으로 사업 옹호 보도가 모두 60% 정도를 차지했다. 이는 지역 개발 사안에 있어 환경보전 등 문제점보다 경제적 효과에만 치중한 강원 지역 신문과 비슷한 경향이었다. 5개 강원 지역 신문은 총 84건의 보도량 중 75% 이상을 사업 옹호에 할애했다. 김진하 양양군수의 사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부각해서 다루는가 하면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도 유리한 결과를 제공하게 돼 지역발전에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등 투자 유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보도가 주를 이루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강원 지역 신문과 달리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 20건의 총 보도량을 모두 환경연 보고서 조작 의혹과 승인 절차 불법성 등 문제점에 집중했다.

 

 주요 문제점에 침묵했던 동아‧조선, 기껏 지적하는 것이 조망이라니
 보고서 조작 의혹, 승인 절차 불법성 등 주요 문제점은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케이블카 노선의 조망이 문제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이런 태도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만 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설악산 케이블카, 놓으려면 바다 보이는 곳에>(8/24, 한삼희 논설위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기존 탐방로로 연계 등산을 할 것이라는 이유”, “노선 아래가 멸종 위기종인 산양 서식지로 확인됐기 때문”이라며 앞선 두 차례의 사업 부결 원인을 언급해놓고 이번 사업 승인에 대해서는 “문제는 끝청의 상부 정류장에선 바다가 거의 조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업의 이행 조건에도 여전히 명시된 탐방로 연계 문제와 멸종위기종 서식지 침범 문제는 제쳐놓고 느닷없이 바다가 안 보이는 조망이 문제라는 것이다.

 

△ 동아일보 관련 칼럼 갈무리


 동아일보 <오색 케이블카, ‘설악’은 없고 욕심만 있다>(9/9, 송평인 논설위원)는 더 구체적이다. “‘산의 대중화’를 위해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산행이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설악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면 케이블카를 놓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강원도와 전경련의 이른바 ‘산의 민주화’를 옹호하더니 “다만 놓으려면 제대로 된 곳에 놓아야 한다”며 공룡능선과 울산바위 등 비경을 볼 수 없는 전망을 비판한 것이다. 전망이 망가진 이유로는 출발지를 지목하면서 “오색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이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성토했다. 더 나아가 “속초시가 권금성 케이블카로 큰 이익을 누리고 있으니 양양군에도 하나 허가해달라”는 식의 지역 이기주의를 꼬집기도 한다. 비교적 비판적인 논조로 보이지만 전망만 좋다면 설악산 어디든 케이블카를 놓을 수 있다는 기본 전제에는 변함이 없다.

 

 인간중심적 사고가 문제라 지적한 경향신문
 한편 동아일보 칼럼과 같은 날 게재된 경향신문 칼럼 <생태적 국치일>(9/9, 영장류학자 김산하)은 “국토의 5~6%에 불과한 국립공원은 다른 데는 지지고 볶더라도 여기만큼은 자연에 맡겨두기로 우리가 결정한 공간”이므로 애초에 개발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서 노인 및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권리를 내세우는 ‘산의 대중화’ 논리에 대해 “그들보다 훨씬 약자인, 단순히 교통 문제가 아닌 생존 차원의 약자인 동식물의 권리가 우선되어야 하는 곳이 바로 국립공원”이라고 일갈한다.

 

 전 세계가 보호구역으로 정한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데, 고작 바다나 비경이 보이지 않는다며 조망을 비판하고 있는 동아·조선의 문제의식은 한심한 수준이다. 특히 동아일보는 “지역주민의 이익을 빼놓고는 왜 설치하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환경훼손을 불사하며 무리하게 케이블카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의 생각에는 관심이 없다. 기존 탐방로 연계 및 멸종 위기종 서식지 침범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와 더불어 이 사안과 관련성 없는 해수부 위원까지 표결한 불법적 승인 절차 등 케이블카 사업의 부당성을 보여주는 객관적 근거가 이미 산적해있다. 관람객이 구경할 경치의 질을 따질 때가 아닌 것이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관점이 설악산을 인간의 구경거리로만 보고 경치 좋은 곳이면 국립공원에도 케이블카를 무조건 놓는 수준에 그쳐있다면 스스로 자연보호라는 상식적 가치를 숙지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끝>

 

 

2015년 9월 1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