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이의춘 문화부 국정홍보 담당 차관보 임용에 대한 논평(2015.5.20)
언론 회유·압박 용도의 국정홍보 차관보제 폐지하고
부적격자 임용을 철회하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국민소통 강화를 위해 신설한 직제인 국정홍보 담당 차관보에 보수 인터넷 매체인 <미디어펜>의 이의춘 대표를 임용했다.
문화부가 국정홍보를 위한 직제를 신설하고 이 자리에 전직 언론사 간부를 채용한다고 했을 때부터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는 단순히 오해와 홍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정권이 생각하듯 국민들은 그렇게 우매하지 않다. 국민은 정권이 보여주는 모습 그대로를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정권은 소통을 위한 임기응변이 아닌 진정한 소통을 위한 정책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본질적인 성찰과 개선노력은 하지 않고 언론인을 기용해 언론인을 관리하겠다는 발상을 한 것이다. 흡사 박정희의 중앙정보부, 전두환의 문화공보부 홍보조정실을 통해 일상적으로 행해지던 ‘보도지침’의 2015년 판이 아닐지 심히 우려스럽다.
‘언론인을 통한 언론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자 문화부는 지금이 ‘언론보도에 개입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KBS·MBC 두 공영방송에 대한 노골적 방송장악 행태를 보고도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 정부에게 언론이란 그야말로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을 홍보해주는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만으로도 단적으로 입증된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5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57위였다. 2014년 54위에서 3단계나 또 떨어진 것이다. 미국 국제 인권감시 단체인 프리덤 하우스가 발표한 ‘2015 세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67위로, 2011년 이후 ‘부분적 언론자유국’ 지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정권은 또 다른 언론장악 우려가 있는 인사를 단행했다. 문화부 차관보에 극우적 글을 써온 이의춘 씨를 임명한 것이다. 이의춘 대표는 한국일보 출신으로 보수적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에서도 편집국장을 맡았으며, 현재 <미디어펜>의 대표이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문창극 총리 후보에 이어 박근혜 정권은 극우 언론인 기용을 반복한 것이다.
그는 <미디어펜> 대표로 있으면서 ‘이의춘의 시장경제 이야기’라는 칼럼을 게재해왔다. 이 씨는 칼럼에서 “(세월호) 유가족은…나라를 망치고 있다. …여기에 반미 반체제 좌파인사들이 파리 떼처럼 달라붙어 반정부투쟁으로 악용하고 있다”(2014.9.9.), “좌파시민단체들은 악마의 집단 같다. 기업을 죽이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2014.10.1.)는 등의 왜곡된 칼럼을 게재했다. 또한, 작년 5월 14일에 게재한 칼럼에서는 KBS 김시곤 보도국장이 청와대의 인사개입과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 폭로에 대해 “사장과 보도국장이 이전투구하는 자중지란의 모습”이라고 표현했으며, 기자와 노동조합의 문제제기는 “사장의 편집 및 편집권에 대한 최종 권한을 방송중립성과 독립성 침해라며 비난과 매도만하는 것은 방송법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호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재벌 총수와 경영진의 국감 출석을 두고는 “여야 의원들이 재계 리더들을 무더기로 불러내는 것은 국감장사로 한몫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해당그룹에 압박감을 줘 사후에 모종의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흑심도 있을 것”이라고 폄훼했다.
우리는 정부에 이의춘 씨 임명을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공직에는 그에 응당한 ‘자격’이 있다. 보수 진보를 떠나 최소한 합리적인 소통이 가능한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사회관과 언론관, 일방적인 재벌 편들기 등 편협하고 비뚤어진 인식의 소유자가 어떻게 국정 홍보를 담당하는 차관보로 국민과 ‘소통’을 담당할 수 있겠는가. 문화부는 ‘공위 공무원이라면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일방통행으로 국정을 홍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극히 편향적인 칼럼을 남발해온 극우 인사 임용은 소통강화는 고사하고 불통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정부는 임용 철회는 물론 언론을 관리하고 통제할 우려가 다분한 국정홍보 차관보 직제도 당장 폐지하라. <끝>
2015년 5월 2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