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조선일보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관련 오보에 대한 민언련 논평(2015.5.6)
세월호 특조위 모리배로 몰고 유가족 모독한 조선일보 오보
조선일보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정부 시행령을 수용키로 했다는 오보를 냈다가 기사를 삭제했다. 지난 5월 4일 조선일보는 조선닷컴에 <단독/세월호 특조위, 정부 시행령 수용키로…특조위 조만간 정식 출범>(5/4, 김아사 기자)을 게재했다. 보도는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시행령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던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 등 일부 특조위 위원들이 정부 안을 수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한 “특조위 이석태 위원장 등은 지난 2일 유가족들과 만나 정부 안을 수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신원을 밝히지 않은 특조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여 “정부의 조직과 예산을 받아들이고, 일을 하면서 추가로 시행령을 고치는 쪽으로 의견을 수렴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특조위가…조만간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조선일보> 인터넷판 보도
(사진 출처 : 고발뉴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특조위는 5월 4일 <조선일보는 인터넷판 허위‧왜곡 보도 내용을 삭제‧정정보도 하고, 특조위에 사과하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통해 특조위 위원장을 비롯하여 특조위원들은 정부안을 수용하기로 합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공표되어 시행령 효력이 발생하더라도 향후 더욱 강력하게 시행령 개정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보도가 오보임은 특조위의 5월 3일 보도자료만 봐도 명백히 드러난다. 특조위는 3일 보도자료를 내서 “만약 특조위가 반대하는 입법예고 수정안을 5월 6일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통과시킨다면, 시행령 개정 운동을 포함하여, 특조위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활동 보장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분명한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 만약 조선일보 보도대로 이석태 위원장이 5월 2일에 유가족과 정부안 수용을 합의한 것이 사실이라면, 바로 다음날인 3일에 특조위가 ‘전날의 정부안 수용 합의’와 정반대되는 이러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보를 양보하여 조선일보가 일견 신빙성 있어 보이는 ‘유족과 이석태 위원장간의 정부안 수용 합의’에 관한 제보를 받았다고 치더라도, 이 제보가 신빙성 있는 제보인지 전혀 뚱딴지 같은 ‘쓰레기’ 수준의 제보인지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는 점은 언론사 보도의 기본 중에 기본에 속한다. 그런데 이건 보도 전날이고 이른바 그런 합의가 있었다는 날의 바로 다음날에 특조위가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였다면, 당연히 그 제보의 신빙성을 의심해 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최소한 특조위나 이석태 위원장 개인에게 입장을 확인하고 그 제보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취재의 기본 작업조차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카더라 수준의 기사를 그냥 보도해 버린 셈이다.
이 오보는 시행령 입법예고부터 폐기와 특조위안 채택을 요구하던 이석태 특조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을 하루 만에 말을 바꾸고 유가족을 배신한 모리배로 몰아간 셈이며, 그 자체가 날조 수준의 왜곡보도이다. 특조위는 조선일보에 대해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내용이므로 허위 및 왜곡 보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면서 “즉각 기사를 삭제, 정정 보도하고 특조위에 사과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현재 기사만 삭제했을 뿐, 정정보도는 물론 공식적 사과도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과 특조위 구성 등에 대해서 꾸준하게 편향․왜곡 보도로 일관해왔다. 조선은 3월 23일 특조위 내부 문건 유출 사건 당시에도 침묵했고, 4월 3일 정부의 배․보상안 발표는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천안함 사건 등 과거 대형 참사의 배․보상 규모를 비교(<세월호 배‧보상 1400억…유족 치료비 등 500억은 별도>(4/2)했다. 또 유가족의 삭발식에 대해서는 “불신의 수레바퀴”(4/3 <팔면봉>)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유가족이 절실히 요구한 세월호 인양에 대해서는 천문학적 금액이라며 인양에 부정적인 정부 측 입장만 부각(<유족 “무력화 시도” 정부 “미 9·11때도 80명”>(4/3)시키기도 하였다. 세월호 1주기 이후 희생자 가족 및 시민들의 집회에는 줄곧 폭력시위대나 배후 세력을 언급하며 시행령 폐기와 진상규명 목소리는 외면했다. 4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 수정안은 적극 옹호하면서 그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이석태 특조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을 “세월호 조사 발목잡는 특조위”(<시행령 쟁점 보완에도… 특조위 단어만 바뀐 수준 거부>(4/30)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번 오보는 이와 같은 조선일보의 이런 편향․왜곡 행태의 또 다른 극적인 사례에 속할 뿐 아니라, 과거 일제와 독재 찬양으로부터 이어져온 조선일보의 참담한 왜곡·편파보도 리스트에 한 줄을 더한 셈이다.
조선일보는 수백 명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아직 바다 속에 잠들어 있는 아홉 생명, 그리고 단장의 고통 속에서 일념으로 진상규명을 요구해 온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운 수준의 오보로 특조위와 유가족을 모독하고, 세월호 침몰의 원인, 구조 체계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온 국민의 염원을 외면하는 족벌언론 조선일보의 반사회적 행태는 반드시 독자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끝>
2015년 5월 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