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새누리당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반대 논평(2014.11.28)
KBS·EBS 국영화 시도는 언론장악의 결정판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이제는 대놓고 공영방송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지난 13일 새누리당이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공운법 제 4조 2항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는 기관으로 KBS와 EBS를 명시하고 있다. 새누리당 개정안은 이 조항을 삭제하고,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관을 따로 명시했다.
현행 공운법이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언론기관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통제권 안에 들어 있는 공공기관이 정부를 비판할 수 없듯이, 정부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비판하고 견제할 역할과 책무를 부여받은 방송사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정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견제는 불가능해지며 이는 정부의 무능과 전횡과 부패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KBS·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주무기관장이 해당 공영방송사들의 사장 및 이사장을 복수로 추천할 수 있는 등 정부는 해당 공영방송사의 인사에 합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재정 상태에 따라 기재부장관이 공영방송의 해산 절차까지 밟을 수 있으며 예산 및 결산권을 빌미로 방송 길들이기에 나설 환경이 갖추어진다. 일산 통합 사옥 신축으로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EBS의 경우 당장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BS의 경우, 정부가 보도통제권까지 가질 수 있어 그 피해는 심각하다. 지난 5월 길환영 사태로 청와대의 방송장악이 이미 기정사실로 드러난 상황에서 이 개정법안이 통과된다면 KBS는 합법적인 정부의 통제권 안에 들어가는 것이며 공영성 상실은 물론 저널리즘 기능마저 마비됨으로써 민주주의의 후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번 개정안 발의에는 새누리당 소속의원 158명 중 155명이 참여했고, 김무성 당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서청원, 이정현, 이인제, 김을동, 김태호 등 최고위원이 모두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공공기관의 취약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정안 발의의 취지를 밝혔으나 이는 소가 웃을 일이다.
1980년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독재자 전두환이 제일 먼저 한 일이 언론장악이었다. 그는 천여 명에 가까운 언론인들을 강제로 해고시키고, 강압으로 언론통폐합을 시도했으며, 최종적으로 언론기본법을 제정해 법적 장치를 통한 영구적 언론장악의 길을 터놓았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그대로 그 전철을 밟고 있다.
취임 직후 “언론은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무색해 진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이인호, 곽성문 등 박 대통령의 수첩에 올라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함량도 자격도 안 되는 인사들이 방송의 핵심부에 앉아 온갖 패악질을 일삼고 있지만, 이번 공운법 개정은 공영방송 KBS와 EBS를 권부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합법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된 데는 공영방송사들의 책임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얼마나 방송이 우습고 하찮게 보였으면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하는 점에서 공영방송사들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공영방송 장악 의지는 교활하고도 집요하다. 제1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새누리당의 도발을 막지 못한다면 당의 간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끝>
2014년 11월 28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