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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성명] 강릉-삼척 MBC 구성원들의 눈물을 기억해야 한다강릉-삼척 MBC 구성원들의 눈물을 기억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어제 강릉 MBC와 삼척 MBC의 통폐합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이제 통합사 “MBC 강원 영동”의 출범까지는 주주총회를 비롯한 일련의 형식적 절차만 남았다.
지역 MBC 통폐합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1년, 당시 진주 MBC와 창원 MBC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경영진의 일방적 주도로 MBC 경남 강제 통폐합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은 구성원들에게 물리적 심리적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혔으며, 그 상흔은 아직도 다 아물지 않았다.
이번 강릉 삼척 양사의 합병이 3년전 MBC 경남의 경우와 다른 점은 양사 노사간 합의로 진행되면서 강제 통폐합이라는 형식을 비껴갔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통합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강릉-삼척 구성원들의 피눈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지역 지상파 광고 시장의 침체에 따른 타격 뿐 아니라, 그동안 유지돼 오던 군소지역 배려의 불문율마저 깨지면서 양사는 최악의 경영 위기로 내몰렸다. 가시청권 인구수를 기준으로 지역 MBC TV 전파료 배분율을 재조정한 결과 강릉 MBC는 전체 지역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전파료 배분액이 감소했다. 또, 지역 MBC 가운데 가시청권 인구수가 가장 적은 삼척 MBC는 최악의 매출 감소에 직면하게 됐다. 자본 논리의 질서를 기준으로 시행된 제로섬 게임의 잔인한 결과였다. 이렇게 벼랑 끝으로 내몰린 양사의 구성원들은 눈물을 머금고 생존을 위한 통합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45년 역사의 강릉 MBC, 삼척 MBC의 이름을 버리는 일은 구성원 모두에게 크나큰 아픔이다. 구성원들의 피눈물어린 고심이 담겨 있는 이번 통폐합이 경영진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 그리고 통합사 경영진은 노사간 합의 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MBC 네트워크 체제는 반세기 문화방송 역사의 소중한 자산이자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역사이기도 하다. 또 다양성과 자율성, 지역밀착성을 근간으로 한 지역방송의 자랑스러운 보루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본과 시장의 논리로만 무장한 경영진에게 지역방송은 그저 통폐합의 대상일 뿐이었다. 공영방송 정책도 철학도 없는 현 정권에서도 지역방송은 존중받기는커녕 존재감조차 찾기 어려워졌다. 이렇게 한번 사라진 방송의 역사는 다시 되돌릴 수 없고, 그것은 곧 민주주의의 원칙이기도 한 지역성과 다양성의 훼손을 상징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 다시 큰 모멸과 상처 속에 진행된 지역사 통폐합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길 엄중하게 요구한다.
통합 이후에도 노동조합은 변함없이 지역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을 담아내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구성원들의 생존권은 보장돼야 하고, 통합사 운영 과정에 경영진의 일방적인 전횡이 있어서는 안 된다. 통합에 관한 노사 합의사항이 일부라도 파기된다면, 노동조합은 즉각 투쟁의 깃발을 들어 올릴 것이다.
2014년 11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