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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성명] ‘함량 미달’ 리더십에 MBC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가
등록 2014.08.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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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량 미달' 리더십에 MBC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가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일터인가? 회사 전체 직원의 40%가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인사위원회라는 공식 절차를 거쳐 받아들였다가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모두 무효가 돼 버리는, 그야말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지상파 방송사라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다. ‘수단과 방법은 중요치 않고 사람만 내보내면 그만’이라는 독선과 아집, 저열한 리더십의 수준을 민낯 그대로 보여준 수치스러운 사건이다. 


전말은 이렇다. 안동MBC에서는 그동안 귀를 의심케 하는 소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실시한다.’, ‘특정 직종을 통째로 아웃소싱을 할 것이다.’ 모두 안동MBC의 구성원들을 회사 밖으로 내보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내용들이었다. 해괴한 소문에 이어 사측에 의해 ‘직무기강 점검표’라는 문건이 나돌며, 직원들은 한 사람씩 경영진에게 불려가기 시작했다. “나가라, 그러지 않으면 잘라주겠다.”는 겁박에 다름 아니었다. 안동MBC 김상철 사장은 얄궂은 ‘당근’도 내놓았다 한다. 스스로 고뇌에 찬 결단이며 다시는 잡기 어려운 ‘시혜’인 것처럼 과시했다고도 한다. 김 사장은 마치 명예퇴직 신청자 숫자를 늘리는 것이 경영행위의 최고 목표인양 몰아갔다. 직원 60명이 안 되는 회사에서 25명, 40%가 넘는 ‘명예퇴직 신기록’은 그렇게 해서 달성된 것이다. 


김상철 사장의 조바심 때문인지 예정보다 나흘이나 인사위원회를 앞당겨 확정한 23명의 명예퇴직 계획. 사장의 압박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을 23명 가장의 선택은, 그러나 일거에 없던 일이 됐다. MBC 본사가 안동MBC의 명예퇴직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걸로 끝이었다. 경영상황이 어렵다며 직원의 40%를 내보내겠다고 그 난리를 쳤던 일이나, 그 계획이 하루아침에 무효가 되는 일이나, 이게 어찌 정상적인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안동MBC 구성원들의 마음엔 대못이 박혔다.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이런 행태들이 비단 안동MBC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한 지역사의 경우에도 직원의 44%를 줄이겠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등 지금 지역 MBC에는 ‘비상경영’이란 논리로 포장된 명예퇴직 광풍이 몰아칠 태세다. 또 거듭된 임금체불은 어떤가? 지난해 상여를 지급하지 않아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대부분의 지역 MBC에서 추석 상여를 체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작게는 근로조건, 크게는 인생 전체가 걸려 있는 임금과 고용 문제를 합의와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풀려는 사측의 독선과 아집의 리더십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금체불 소송에서 법원이 일관되게 천명하고 있는 원칙은 ‘노사 합의’이다.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합의 없는 회사의 일방적 조치는 ‘불법’인 것이고, ‘독선’이자 ‘아집’인 것이다.


조합은 안동MBC에서 벌어진 일들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김상철 사장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책임을 져야한다.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이 빚은 참혹한 결과로 안동 구성원들의 가슴과 MBC 전체 네트워크의 신뢰에 깊은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라. 그리고 사태 수습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라. 이미 신뢰를 잃은 리더십이 마지막 수습책도 내놓지 않는다면 스스로 무자격자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2014년 8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