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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방심위는 더 이상 방송의 역사를 더럽히지 말라(2014.8.27)
등록 2014.08.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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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KBS 문창극 보도’ 심의 규탄 기자회견

 

방심위는 더 이상 방송의 역사를 더럽히지 말라

 

 

 

 

오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지난 6월11일 KBS가 <뉴스9>에서 방송한 ‘문창극 총리 검증 보도’(이하 ‘문창극 검증 보도’)에 대한 KBS 관계자의 의견진술을 듣는다. 

 

이와 관련하여 3기 방통심의위는 지난 7월 1일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의 자문을 받았다. 우리는 이것이 방통심의위가 KBS의 ‘문창극 보도’에 불공정의 올가미를 씌우려는 수순임을 그날 바로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으로 밝힌 바 있다. 또한 우리는 그 동안 방통심의위가 정치심의, 청부심의, 편파심의를 일삼으면서 언론인들을 옥죄어왔고 그로 인해 잇따른 법원 패소로 권위와 신뢰를 상실했음을 지적하면서 심의의 공정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3기 방통심의위는 우려했던 대로 ‘문창극 검증 보도’를 제재하기 위한 수순을 밟아왔다. 7월 21일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는 이 보도에 대한 중징계 의견을 냈고, 오늘 관계자의 ‘의견진술’ 절차가 끝나면 이후 전체회의에서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방송현실이 아닐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문창극 씨는 KBS보도를 통해 극단적 국가관과 식민적 역사관, 천박한 종교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총리로서의 자격은커녕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수준에도 못 미치는 언행을 보여왔다. 공직 후보자가 공직을 수행하기에 적절한 인물인지 검증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은 언론의 책무이며 KBS의 ‘문창극 검증보도’는 바로 이런 언론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동안 공직자의 인사참사가 연이어 나타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커다란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며 대통령의 이러한 인사오류를 바로잡을 생각은 않고 옹호만 하는 청와대 참모들의 ‘비뚤어진 충성심’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제일 덕목으로 해야 할 언론이 견제와 비판은커녕 정권 비호에 연연해 왔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견제와 비판의 역할을 충실히 한 KBS를 ‘왜곡 편파 방송’으로 몰면서까지 문창극 씨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보수언론의 행태는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KBS ‘문창극 검증 보도’는 방통심의위가 심의·제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상을 주고 칭찬해서 자긍심과 용기를 갖도록 해야 할 일이다. 실제로 이 방송은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방송학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비롯해 한국방송기자클럽의  '보도상',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등 기자단체가 수여하는 기자상 3개를 모두 수상했다. 특히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심사평에서 “KBS보도가 최고위급 공직자인 총리후보자의 역사관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중요한 보도였고, 취재 과정에서 언론의 기본정신을 지켰으며, 후보자의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또한 이 방송이 “그릇된 역사의식과 편향적 가치관으로 국민통합은커녕 국민 분열을 야기할 부적합 총리를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2014년 6월의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한 바 있다. 

 

그런데 방송소위는 KBS보도에 대해 “동영상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일부 내용을 편파적으로 편집하여 왜곡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황금같은 프라임타임 시간에 40여분이나 되는 동영상을 모두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한 방송소위 위원들이 방송보도 메커니즘을 알기나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문창극 씨의 반론권을 보장하려고 애쓴 KBS 보도국 관계자들의 노력은 외면한 채 ‘편파적 편집’이라고 규정한 것은 방송소위의 심의가 미리 결론을 내려놓은 ‘정치심의’이며 ‘우격다짐’의 ‘편파심의’라는 말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는 3기 방통심의위의 이번 심의가 또 다시 정치심의, 청부심의, 편파심의라는 오명을 받음으로써 방송의 역사를 더 이상 더럽히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번 심의에서 또 그러한 모습을 보인다면 방통심의위 위원들은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장본인으로 역사에 그 더러운 이름을 남길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경고한다.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KBS ‘문창극 검증 보도’에 대해 역사를 기록한다는 자세로 심의에 임하라. ‘기레기’를 보호하고 진정한 저널리스트를 탄압하는 정부의 하수인임을 자처하는 결정을 내리지 말라. 그것은 방통심의위 심의결과가 법원에서 취소되는 사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방송심의의 권위를 더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일일 뿐이다. 

 

 

2014년 8월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