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MBC노조 성명] 보름 만에‘연봉제’도입?…막장의 즉흥 경영보름 만에‘연봉제’도입?…막장의 즉흥 경영
회사가 사원들의 임금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연봉제’를 단 보름 만에 급조해 시행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회사는 오늘(30일)까지도 확정되지 않은 이 제도를 7월 7일 이후 입사하는 모든 신입·경력 사원에게 새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임금제도는 가장 중요한 근로 조건인 동시에 향후 회사의 인력구조와 조직운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도 사장의 말 한마디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추진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막장의 즉흥 경영’이란 표현조차 부족할 지경이다.
사측은 지난 5월 예능 PD와 노무사를 선발하겠다는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냈다. 이들은 당초 7월 1일 채용 예정이었으며 ‘연봉제로 뽑겠다’는 고지는 애초에 선발 공고에 없었다. 그런데, 6월 중순 예능 PD 최종 면접 과정에서 안광한 사장은 면접 대상자들에게 “당신들은 연봉제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돌발 발언이었다.
이후 실무진은 사장의 이 말 한마디에 연봉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장은 이번 입사자에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제도가 아니라 7월 이후 입사하는 모든 신입사원에게 적용되는 제도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당초 7월 1일 입사 예정이던 신규채용 인력의 임용 계획은 다급하게 7월 7일로 미뤄졌다. 호봉제 중심으로 짜인 기존 제도와 함께 운영해야하는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복잡한 일이었던 만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애초에 불가능한 주문이었다.
첫 임원보고가 이뤄진 날짜가 6월 27일 오전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연봉제’는 확정안으로 보고되지 않았다. 서로 성격이 전혀 다른 A안과 B안이 제시됐고, 보고를 받은 임원들조차 최종안을 결정하지 못했다. 심지어 7월 7일 적용까지 겨우 1주일이 남은 오늘(30일)까지도 회사는 어떤 제도를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노동조합은 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노사협의를 요구하며 공문을 통해 27일 노사협의회를 열기 전까지 추진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으나 회사는 결국 그 요구마저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야말로 너무나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과정이다. 창사한지 50년이 넘은, 본사 직원만 1600여 명이나 되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연봉제의 장점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10년 이상 연봉제를 실시하다 호봉제로 회귀하는 회사도 나타날 만큼 연봉제에는 여러 단점도 존재한다. 특히 호봉제와 병행될 경우 조직의 화합, 협업 분위기의 저해, 급여의 상대적 차별에 따른 노동의 질 하락 등 우려스러운 대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연봉제 도입의 대전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제도이다. 이를 갖추지 않고 연봉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실패를 뻔히 알면서 일을 저지르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런데 현재 회사의 평가제도는 상급자의 주관적·자의적인 평가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어이없게도 회사는 신규 채용되는 연봉제 직원들에게도 기존 직원들과 동일한 평가 제도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광한 사장 취임 이후 사측은 일관되게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엄이도종(掩耳盜鐘)의 행태를 보여 왔다. 분명히 한다. 노동조합은 이처럼 즉흥적으로 졸속 추진되는 연봉제를 인정할 수 없다. 경고한다. 이런 식으로 비판과 경고를 무시하는 막장 경영을 이어간다면, 그 책임은 모두 현 경영진의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2014년 6월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