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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연대 논평] 제2의 길환영을 막기 위한 최소 조건
등록 2014.06.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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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길환영을 막기 위한 최소 조건




KBS 이사회가 18일 사장 공모 일정을 정했다.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는 다음 이사회로 결정을 미뤘다. 이 자리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은 특별다수제와 사장추천위원회는 불법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양대 노조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여당 추천 이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KBS 이사회는 이미 사추위를 운영한 전례가 있다. 지난 2009년 KBS는 사추위를 구성해 김인규 사장을 뽑았다. 사추위가 불법이 아니라는 것은 여당측 이사들도 잘 알고 있다. 한진만 이사는 2008년 <신문과 방송> 기고문에 이렇게 썼다. “아무리 급하지만 예전과 같이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도 않고 KBS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를 추천한 것은 어떠한 명분을 내세우든 결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지 않다.” 특별다수제도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불법이라 못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법대로’를 외치는 그들의 속내는 결국 하던 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7대4’ 다수결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이런 인식이라면 또 한 번의 파행이 불가피하다. 심각한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


누차 강조하듯이 길환영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그를 뽑았던 이사회에 있다. 길환영 해임만으로 결코 면책이 될 수 없다. 독립성을 갖춘 제대로 된 사장을 뽑는 것만이 이사회가 속죄하는 길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식적 요구를 수용하면 된다.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진 KBS 사장 선임 방안을 도입하면 된다. 지금 KBS에 필요한 건 준법정신이 아니다. 합법성을 뛰어넘는 정당성이 필요하다.


KBS 이사회는 사회 각계가 한 목소리로 제안하고 있는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특별다수제 도입, △청문회 실시 요구를 조건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 세 가지 조치는 제2의 길환영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KBS 이사회는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사회는 공정한 심사기준과 투명한 절차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선택의 권한은 사추위에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사회가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는 만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높아질 것이다.


특별다수제를 도입해야 한다. 과반의 동의만을 얻은 반쪽짜리 사장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는 없다. 7대4보다는 8대3이, 다수결보다는 전원합의가 더 좋은 결과이다. 더 많은 수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투명성이다. 이사들만의 밀실 논의는 더 이상 안 된다. 공개청문회는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KBS 사장의 인사청문회를 규정한 방송법이 이미 국회를 통과한 상태다. 개정안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 사장을 잘 뽑아야 한다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다. KBS 구성원은 물론 국민 모두가 좋은 사장을 뽑는 일에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다. KBS 이사회의 선택만 남았다. 시청자와 함께, 시민사회와 손잡고 국민의 방송으로 나아갈 것인가, 권력의 하수인으로 남을 것인가. 언론연대는 KBS 이사회를 끝까지 주시할 것이다.



2014년 6월 20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