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SBS 문창극 총리 후보 동영상 보도 누락 관련 논평(2014.6.18)
등록 2014.06.18 18:58
조회 735

 

 

SBS, 누구를 바라보고 뉴스를 만들고 있는가?

 

 

 

SBS가 KBS의 문창극 내정자 관련 특종 보도 정보를 알았음에도 의도적으로 뉴스를 내보내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는 국무총리 후보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가 내정 발표 일주일이 지난 오늘까지 임명동의안조차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봐서는 문 후보는 아무래도 최악의 ‘인사 참사’ 기록을 남기며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가 이렇게 따가운 여론의 도마에 오르게 된 데는 11일 KBS <뉴스9> 보도가 큰 몫을 했다. KBS는 2011년 한 교회의 강연에서 문 후보가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우리민족은 게으른 DNA가 있어’라는 등의 민족비하 발언과 식민적 역사관을 풍기는 문 후보의 동영상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KBS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직 내정자에 대한 검증은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야하는 언론의 기본 사명이라는 점에서 문 후보의 태도는 그 자체로 공직자로서의 자격 미달이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는 KBS 보도에서 밝혀진 문 후보의 과거 행적과 현재의 대응방식 등을 보면서 총리로서의 자질에 대해 공분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KBS 특종이 나가기 하루 전인 10일, SBS는 이 내용을 미리 보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뉴스에 반영하지 않았다. 10일 SBS 정치부 기자들은 해당 동영상을 입수해 정치부 데스크와 보도국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보도국 간부들은 해당 발언에 대해 ‘교회 연설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며 시간을 두고 보완취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부 기자들은 문 후보에게 강의를 들은 대학교 학생들과 문 내정자가 쓴 칼럼 내용 등에서의 문제 발언들을 추가로 모아 보고하고, 기사 초안까지 작성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1일 SBS <8뉴스>에도 이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한 시간 뒤 KBS <뉴스9>가 특종으로 단독 보도했다. 

 

SBS 보도국 간부들의 태도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보도국 간부들이 추가 보완취재를 요구한 사항은 강연을 듣는 사람들의 인원수 등이었다. 그러나 문 후보자의 동영상은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어서 당시 청중의 규모는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또한 문 후보의 발언 내용은 상식적 수준의 역사관과 국민정서에 반하는 발언으로 ‘교회’라는 특수성이 감안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따라서 입수한 내용과 당사자의 해명을 함께 담아 방송한 뒤 국민의 판단에 맡기면 될 일이다. 게다가 데스크의 보완 지시에 따라 기자들이 다시 취재하여 기사 초안까지 작성했는데도 11일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의도적으로 보도를 막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SBS 보도국장은 자신의 판단 실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누가 이 사안을 단순한 실수라고 보겠는가. 이는 ‘청와대의 의중’을 귀띔 받았거나, ‘청와대의 심기’를 미리 헤아려서 보도를 회피한 것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SBS가 낙종을 한 후 바로 다음 뉴스인 12시 25분 <나이트라인>에서 해당 동영상을 보도한 것이 ‘의도적 뒷북’으로 해석되는 이유이다.

 

SBS 기자들이 기수별 성명서를 내는 등 보도 누락 사태에 거세게 항의하자, 성회용 보도국장과 정승민 정치부장은 “내 불찰이지 다른 원인은 없었다”며 외압설을 부정했다. SBS기자협회는 이번 보도 누락사태가 보도국장 취임이후 1년간 쌓인 문제가 폭발한 사태라고 규정하면서 유사한 사례를 수집하는 한편, 책임자 문책과 재발방지책을 요구했다. 또한 외압인지 아닌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도 촉구했다. 당연한 일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이런 사태가 또다시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우리는 SBS 기자들의 움직임을 지지하며, 이번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한편 SBS 안팎에서는 정승민 정치부장이 문창극 후보와 고등학교 동문이고, 성회용 국장이 중앙일보 출신이라는 점이 누락 배경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오늘 <미디어오늘>은 사설에서 윤세영 SBS 회장이 문창극 후보의 서울고 선배라는 점까지 배경으로 지목했다. 우리는 이번 보도누락은 결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사안으로 반드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일이라고 본다. 

이명박 정권 이후 SBS는, 권부에 장악되어 망가질 대로 망가진 KBS와 MBC 양대 공영방송에 비해 정치편향과 불공정이 상대적으로 덜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적 차악일 뿐이지 결코 지상파방송으로서 공정하고 공익적인 방송의 모범을 보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과거 사영방송이라는 나쁜 기억조각들을 조금씩 지워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SBS가 이와 같은 황당한 자기검열을 계속한다면 국민들의 기억 속에 있었던 상업주의와 권언유착의 추악한 과거 모습이 되살아나며 그럴 때 SBS의 추락은 시간문제이다. SBS에게 경고한다. 당신들이 바라봐야 할 것은 ‘국민’이지 ‘청와대’가 아니다. 국민의 알 권리에 최선을 다하라. 문제를 분명히 밝히고 반드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  <끝>  

 

 

 

2014년 6월 18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