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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연대 논평] KBS 이사회가 길환영 사태를 책임지는 길
등록 2014.06.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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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가 길환영 사태를 책임지는 길

 


KBS 이사회가 오늘 길환영 후임 사장 임명 절차를 논의한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KBS 이사회가 잘못된 선택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길환영 사장을 해임했다고 해서 이사회의 책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길환영 사태의 궁극적인 책임은 그를 사장으로 뽑은 이사회에 있다. 길환영은 KBS 이사회의 원죄다. 해임은 원죄를 속죄하는 출발점일 뿐이다. 길환영 사태를 책임지는 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새 사장을 잘 뽑아야 한다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다. KBS 양대 노조는 이미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사장 선임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에 앞서 해야할 일이 있다.

 

첫째, KBS 이사회는 길환영 사태를 초래한 것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둘째, 제2의 길환영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인물을 후임 사장으로 뽑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 셋째, 후임 사장 선임의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넷째, 사장 선임을 위한 구체적인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이 제1의 기준이 돼야 함은 당연하다. 길환영 후임 사장은 공정보도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지닌 자여야 한다. 제작 자율성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들이 신뢰하고, 납득할만한 인사여야 한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투명성이다. 이사들만의 밀실 논의는 더 이상 안 된다. 후보자 정보는 물론 지원서 내용까지 시청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 면접 현장도 공개해야 한다. 투명성을 높이는 좋은 방법은 참여의 보장이다. 이사회는 새 사장 선임 과정에 사회 각계각층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함으로써 합의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KBS 이사회가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을수록 결과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것이다. 이사회는 공정한 심사기준과 투명한 절차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선택의 권한은 KBS 구성원과 시청자에게 넘겨주는 게 바람직하다. 시청자 대표성을 담보하는 방법은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이다.

 

언론연대는 오늘 KBS 이사회의 결과를 주시할 것이다. 이사회가 길환영 해임처럼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결과물을 내어놓길 진심으로 바란다. 해온 대로 하겠다는 것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다. 부디 몰락의 길이 아니라 책임지는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길환영 후임 사장이 누가 되느냐에 이사회의 명운이, 그리고 공영방송 KBS의 운명이 달려있다.


 

2014년 6월 18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