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의 보복인사 조치에 대한 논평 (2014.6.3)
더는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미룰 수 없다
- 보복인사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스스로 물러나라
길환영 주연의 막장 드라마가 끝날 줄을 모르고 있다. 청와대를 등에 업은 채 KBS를 종편보다도 못한 저질 관영방송으로 만들고 있는 길환영 KBS 사장이 이번에는 보복인사 조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빗발치는 사퇴 여론으로 궁지에 몰리던 끝에 최악의 한 수를 둔 것이다.
2일, 길 사장은 간부들 12명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발령을 냈다. 지역 발령을 받은 12명은 모두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거나 퇴진 서명운동에 참여했으며 특히 12명 중 6명은 지난 5월 16일 성명서를 내고 보직사퇴한 보도본부 부장급 간부들이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보복인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길 사장은 간부들의 보직사퇴로 생긴 공석에 새로운 간부들을 채워 넣어 ‘뒷정리’까지 말끔하게 했다. 결국 자신의 ‘총알받이’ 역할을 하지 않은 간부들을 노골적으로 쓸어 낸 것이다.
길 사장은 2일 ‘월례조회’ 때 “우리로서는 정말 억울한 일이지만, 방만 경영을 해소한다는 명분하에 외부로부터의 공기업 개혁 논의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됩니다”라는 말로 난데없는 구조조정을 암시했다. 또한 길 사장은 “자신의 보직을 내려놓겠다고 한 보직간부들에게도 말씀드립니다. KBS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여러분들의 충정과 고통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여러분들의 그동안 못다 한 책임과 의무를, 지금이라도 제자리로 돌아와 혼신의 노력을 다해 이행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는데 12명에 대한 보복인사 조치는 그 뒤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내려졌다.
그것도 모자라 길 사장의 충복들은 조회 자리에서, 닷새째로 접어들고 있는 KBS 두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각종 징계와 손배가압류, 고발 등의 조치로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길 사장도 “한국방송 내 존재하는 모든 사규와 관련 법을 적용해 다시는 이런 불법 행동이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거들었다. 결국 길 사장은 KBS를 다시금 ‘국민의 방송’으로 만들려는 노동자들의 싸움을 철저히 짓밟고 가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길 사장이 지배하고 있는 KBS의 추악한 민낯은 편파적이기 이를 데 없었던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이미 충분히 확인한 바 있다. 공영방송이라는 탈을 쓴 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을 비호하는 보도만 일삼는 KBS는 이미 더는 떨어질 곳이 없는 나락으로 추락했다. 각계 언론시민단체들과 수많은 국민들이 주장하듯 KBS의 망나니짓을 바로잡을 수 있는 첫걸음은 바로 청와대 하수인 길 사장의 퇴진이다. 길 사장의 퇴진 없이는 KBS에서 어떠한 개혁도 진전도 있을 수 없다.
길 사장은 비열한 보복인사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스스로 물러나라. 그것이야말로 길 사장이 ‘언론인’으로서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도리다. 청와대만 믿고 끈질기게 버티다간 더 비참한 모양새로 끌어내려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국민들은 KBS가 한때 ‘국민의 방송’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끝>
2014년 6월 3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