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송기자연합회 성명] 사장도 이사회도 오직 청와대만 바라보는가 ?
등록 2014.05.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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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도 이사회도 오직 청와대만 바라보는가 ?       

- 길환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 표결 연기에 부쳐



길환영 KBS 사장의 해임제청안 표결이 KBS 이사회에서 무책임하게 연기됐다. KBS 이사회 구조상 여당 추천 이사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이들도 여당 추천 이사이기 앞서 공영방송의 미래를 걱정하는 언론인이라 믿었기에 한 가닥 기대를 가진 게 사실이었다. 지금 KBS 정상화의 방법은 길환영 사장의 퇴진 뿐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무엇보다 KBS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한 길환영 사장을 내부 구성원들이 거부하고 있다. 부·팀장급 3백 명 이상이 보직을 사퇴했고, 직원 2,198명이 사장 해임을 요구했다. 기자협회와 PD협회의 제작거부에 이어, 오늘부터는 양대 노조가 사상 첫 공동 파업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가 해임제청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길환영 사장과 마찬가지로 KBS 이사회도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대통령의 의중만 살피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이에 방송기자연합회(회장 전동건)는 언론인으로서의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고자 한다. 청와대가 방송 보도에 개입한 것이 비단 KBS 뿐인가?  MBC, YTN 등 다른 방송들의 보도에는 개입하지 않았는가? MBC, YTN도 실질적으로 청와대가 사장을 임명하기에 길환영 사장처럼 청와대만 바라보는 사장이 임명될 위험성이 높은 구조이고, 실제 그렇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MBC, YTN도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KBS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 감싸기’에 충실했다. 아직 MBC, YTN에서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것은 청와대의 압력이 없었다기보다는, 제2의 김시곤 보도국장이 나타나지 않고 있거나 보도국 간부들이 외압보다도 먼저 스스로 권력에 충성하기 때문일 수도 있음을 우리는 간과하지 않는다. MBC, YTN에서도 KBS처럼 언론인의 양심의 무게가 권력의 압력의 무게를 넘어서는 순간이 어느 순간에 찾아올 수 있다.


이번 KBS 사태의 본질은 단순하다. 실종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앞으로는 충실히 지키려는 것이고,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이 개입할 수 없도록 내부 시스템을 바로잡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사장이 권력만 바라볼 때, 보도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이번에 여실히 보여줬다. 그렇기에 청와대만 바라보는 공영방송 사장은 물러나야 마땅하다.


청와대는 더 이상 길환영 사장을 감싸지 말고, 언론 보도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또 근본적으로, 다시는 청와대만 바라보는 사장이 생겨나지 않도록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그 길이 공영방송을 청와대가 아닌 ‘국민의 품’으로 돌리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KBS의 뒤를 이어 MBC와 YTN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2014년 5월 29일

방 송 기 자 연 합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