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_
[언론노조 기자회견문] 청와대는 더 이상 국민들을 농락하지 말라청와대는 더 이상 국민들을 농락하지 말라
지난 19일 ‘사내 직종갈등’, ‘좌파 노조’ 운운하며 사퇴 거부 이유를 밝힌 KBS 길환영 사장이 조금 전 담화를 통해 사퇴 거부의사를 재차 밝혔다. 현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해명도 없이 오직 부인과 회피뿐이다. 게다가 공영방송의 수장이라는 자가 꺼내든 치졸하고 빈곤한 논리는 그냥 지켜보기에도 안쓰러울 지경이다. ‘직종갈등’으로 조직을 분열시키고 ‘색깔론’으로 이념갈등을 증폭시켜 본질 흐리기에 골몰하는 길 사장의 저열한 인식이 낯부끄러울 뿐이다.
고비 때마다 꺼내드는 색깔론은 현 정부의 매뉴얼이라도 되는 것인가. 대통령과의 텔레파시를 자랑하던 이경재 전 방통위원장이나 국회 새누리당 미방위 조해진 간사, 제2의 김재철로 불리던 김종국 전 MBC 사장에 이어 이젠 KBS 길환영 사장까지,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주장에 이념을 덫칠해 본질을 흐리는 구태가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공정방송은 언론노동자의 근로조건이라는 법원의 거듭된 판결을 색깔론으로 왜곡하는 행태는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범법행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 제4조는 어느 누구도 방송편성에 관해 어떠한 규제와 간섭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방송법 제105조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있다. 공영방송의 보도에 개입해 내용을 통제하려했다는 것은 엄연한 현행법 위반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가 공영방송을 대상으로 범법행위를 일삼아왔다는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범법행위에 연루된 모든 자들을 엄중 문책하고 다시는 이런 비정상이 재발되지 않도록 구조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의 보도통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더 이상의 침묵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임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 이 문제가 잊혀지길 바라겠지만 결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권력의 방송, 대통령의 방송으로 전락시킨 중대한 사안이며 모든 국민이 시청자의 이름으로 똑똑히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진상규명을 거부하고 본질을 은폐하려 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공영방송을 권력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으로 돌려놓는 일은 세월호 참사가 경고하는 영원한 과제임을 엄중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2014년 5월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