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MBC의 양심세력의 성찰과 반성에 대한 논평(2014.5.14)
등록 2014.05.1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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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사 양심세력의 구조신호, 국민이여 응답하라

 

 

 

 국민이 스스로 결단하여 만든 헌법체계 속에서 국토를 수호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추구하며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곧 국가이다. “국민이 곧 국가”라는 명제가 나오는 논거이다. 이러한 국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으로부터 일정기간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 곧 정부이다.

 

 세월호 침몰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데는 여러 가지 원인과 배경이 노정되었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국가 운영을 책임진 정부가, 부여된 의무는 뒤로 한 채 권한을 누리는 데만 몰두했고, 그 또한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행사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올바른 권한행사의 의미도 방법도 모르는 무능과 무지가 박근혜 정부의 요소요소에 깔려 있으며 정부 관료들은 그러한 인식 속에서 그렇게 훈육 받고 행동해 왔음을 의미한다. 관료와 선사의 고질적 유착, 낙하산 인사, 안전규정 위반을 눈감아주는 부패 고리, 생명 경시의 만연, 생명구조에 대한 책임의식의 결여 등 한 마디로 총체적 비리와 부패의 만연이 정부 곳곳에 침투해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의 첫 번째 존재 이유는 이러한 정부의 부패와 비리와 무책임과 권한 남용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견제하는 일이다. 국민은 이를 위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특권과 취재의 권한을 부여하고 수신료를 부과하며 공공의 자원인 전파를 할당한다.

 

 언론이 세월호 사고 발생 초기에 무더기 오보를 한 것은 인명구조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을 놓치게 한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을 저지른 것이었다는 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해경이 구조의 결정적 기회를 놓치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 또한 구조현장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지적이 부족했기 때문임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론은 오히려 그 상황에서 비판과 지적은커녕 실제 현장을 왜곡하고 참사의 여파가 정권의 안위에 영향을 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요한 것은 언론사의 게이트 키퍼들이 언론이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자세와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언론의 기본 책무를 몰랐다기보다는 고의적으로 회피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KBS와 MBC에서 최근 드러난 일련의 사태에서 입증되었다.

 

 지난 9일 KBS의 김시곤 보도국장이 사퇴하게 되면서 나타난 일련의 과정은 공영방송 KBS가 확실하게 정치권력의 지배하에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단편이다. 유족들이 수 시간 동안 땅바닥에 주저앉아 사장의 사과와 보도국장의 사퇴를 요구해도 요지부동이던 KBS가 청와대 정무수석의 말 한 마디에 사장이 사과하고 인사조치하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은커녕 공영방송 KBS의 인사와 의사결정 권한 모두가 청와대에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오보를 하고도 사과할 줄 모르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진실을 감추는 일련의 모습은 KBS가 힘없는 유족과 침묵하는 국민 대다수에게는 얼마나 오만하며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다른 공영방송 MBC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언론사 중 가장 먼저 세월호 사고 현장에 도착해 구조자가 160여 명 정도라는 사실을 확인한 목포 MBC 현장취재기자들은 취재 내용을 MBC 전국부에 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는 다른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중앙재난대책본부의 ‘전원구조’ 발표를 그대로 받아 보도했다. 이런 MBC의 보도행태는 인명구조의 결정적 기회를 무참히 짓밟은 엄청난 결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 MBC는 또한 지난 7일 뉴스데스크에서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라는 기사를 통해 ‘잠수부를 죽음으로 떠민 조급증’이 원인이라며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모욕과 상처를 주었다. MBC기자회가 ‘보도참사’라고 칭했던 이러한 보도에 대해 전국언론노조는 “보도국 수뇌부 전체의 양식과 판단기준에 심각한 오류와 결함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그렇게 규정하는 것조차 사치스럽다고 판단한다. 

 

 KBS와 MBC 양대 공영방송을 지배하고 있는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이미 정치권력의 주구들이며 그 자리를 통해 누리고 있는 권력의 부산물에 취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MBC기자회는 지난 13일 성명성에서 “약속을 지킬 자신이 없어 언론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솔직하지만 서글픈 이 현실이 현재 세월호에서 나타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이다. 이것은 내부의 양심세력들이 국민에게 원하는 구조신호이다. 우리는 이들 양심세력들의 구조요청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도록 부패한 정부와 언론의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끝>  

 

 

2014년 5월 14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