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MBC 사장과 간부들 퇴진을 요구하는 논평(2014.5.13)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아라!
오늘(13일) KBS 기자협회가 긴급총회를 열어 길환영 사장과 임창건 보도본부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KBS 뉴스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과 함께,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를 반성하는 프로그램과 뉴스를 제작하라고 요구했다.
KBS 기자들의 요구는 상식적이고 당연한 요구다. 공영방송 뉴스의 정치적 독립은 뉴스의 생명과도 같다. 그러나 현재 KBS 뉴스의 정치적 독립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정권 낙하산 사장과 본부장들의 끊임없는 보도 개입은 며칠 전 사퇴한 KBS 보도국장의 입으로 확인된 바 있다.
뉴스의 가치를 판단하고 구성할 때, ‘이 기사가 정권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제 1기준으로 삼는 현재의 KBS에서는 공정한 뉴스가 나올 수 없다. 실제 KBS는 세월호 사건을 보도하면서도 정권의 무능한 대처를 지적하기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부각에 앞장섰으며, 의제 전환을 위한 ‘물타기’ 보도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막말과 잇단 오보, 박근혜 정부 비호 보도는 권언유착을 넘어서 그 스스로 정권에 빙의된 자들이 보도를 주물렀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던 길 사장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길 사장이 새로 보도국장에 선임한 백운기 씨 또한 공정한 KBS 뉴스를 담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 씨는 2009년 ‘정권 낙하산 사장’인 김인규 씨가 출근하는 날 검은 양복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낙하산 반대’를 외치는 후배들을 가로지르며 경호원 노릇을 자처한 뒤, 비서실장이 된 바 있다. 지난 해 시사제작국장을 맡으면서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추적 60분>을 불방시킨 전력도 있다. 더군다나 이번 보도국장 인사가 나기 바로 전에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고 왔다니, 애당초 ‘공정방송’을 구현할 의지도, 자세도 돼 있지 않은 사람이다. 이런 인사로는 KBS 독립성 보장은커녕 다시 정권보위방송사로 회귀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한마디로 KBS 길환영 사장은 ‘국민의 방송’이 아닌 ‘정권의 방송’을 선택한 것이다.
비단 KBS 만이 아니다. 또 다른 공영방송 MBC 또한 ‘정권 바라기’로 전락해 무리수 보도를 내놓는 가하면, 정권만 바라보는 보도국 고위 간부들의 ‘막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이 잠수부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라는 등 실종자 가족들을 ‘몰상식’으로 매도하는 보도를 했다. 이를 작성한 박상후 전국부장은 세월호 참사보도를 진두지휘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박 부장은 잇단 막장보도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유족들을 향해 “그런 X들은 관심을 주면 안 돼”라는 막말까지 했다. 오늘자(13일) 한겨레신문을 보면 박 부장 뿐만 아니라 김장겸 MBC 보도국장 역시 실종자 가족들을 ‘깡패’에 비유하는 등 패륜적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MBC 기자들 121명은 “MBC 보도가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성명을 발표하는 등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박 부장 등은 이들의 목소리마저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협박으로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참담하다는 말 외에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는 이제 그 정점에 와있는 것이다. 정권은 공영방송을 제멋대로 주무르기 위해서 ‘낙하산’ 사장을 배치했고, 사장은 ‘조인트’를 까이고 혼쭐이 나면서까지 정권 보위에 충견노릇을 하고 있다. 방송사 주요 간부 역시 정권이 주는 단맛에 취해 ‘언론인’이라는 타이틀조차 떼버리고 ‘정권 홍보 전문 인력’을 자처하고 있다.
그나마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KBS와 MBC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 홍보대’로 전락해버린 공영방송을 다시 국민에게로 돌려놓겠다는 ‘진짜 언론인’들의 목소리가 보다 크게 울려 퍼지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경고한다. KBS, MBC의 사장과 간부들은 당장 퇴진하라.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후배들을 향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겁박하는 당신들은 더 이상 언론인도 아니다.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자신들의 것인 양 주무르며 국민의 정당한 알 권리를 빼앗고 위기에 처한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간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하라.
그리고 “방송을 장악할 의도는 없으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말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당신의 의도이건 아니건 더 이상 따질 여유조차 없다. 공영방송을 당신들의 하수인 정도로 여기는 행태를 중단하라. 지금 당장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빠른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은 정보가 흐르는 방송사와 가장 많은 정보가 모이는 청와대가 민심을 모를 리 없다. 민심을 따르라. <끝>
2014년 5월 13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