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회 미방위 수신료 인상안 ‘날치기 상정’에 대한 논평(2014.5.8)
등록 2014.05.0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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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양심마저 내팽개친 새누리당을 규탄한다

 

 

어린 학생들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이 때,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KBS 수신료 인상을 날치기 상정했다. 우리는 놀라움과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현재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한 KBS수신료 인상안은 그동안 KBS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여당 측 이사와 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단독으로 처리되어 국회까지 왔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국민여론은 이러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선 인상의 필요성이나 인상의 폭에 대해 아무런 납득할만한 논거도 없었으며 여야가 합의한 KBS의 개혁안이 대부분 폐기된 상태라는 점에서 수신료 인상보다는 공정방송을 위한 장치 마련이 우선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국정원 관권부정선거와 간첩조작 사건 등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부실하기 짝이 없는 보도로 인해 KBS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욱 커진 상태에서 수신료 인상은 거론할 처지도 아니었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났던 언론의 엉터리 보도만 아니었어도 적지 않은 사람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 책임의 중심에 있는 국가재난주관방송사 KBS가 이번 참사의 공적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S의 수신료 인상안을 날치기 상정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치밀한 정치적 계산과 함께 이를 실행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치가 떨리는 분노를 느낀다.

 

세월호 참사는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책임의식 부재, 선박회사의 비리, 이를 눈감아준 박근혜 정권의 안전 불감증, 우리사회 기득권층의 뒷거래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의 총체적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며 그 저변에는 박근혜 정권의 ‘묻지마 규제완화’와 ‘황금만능주의’ 통치철학이 크게 작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국민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마치 호기를 만난 것처럼 느닷없이 수신료 인상을 도둑질 하듯 상정한 새누리당의 행태는 국가적 비극마저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비열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제일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의 날치기 법안 상정에 대해 단순히 ‘회의불참’으로 대응한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KBS수신료는 부정한 방송 KBS에 국민의 혈세를 헌납하는 문제이고 국민 이익과 직결된 문제이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안이하고 소극적인 태도이며 야합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수신료 인상안과 관련해 민언련을 비롯한 시민사회 4개 단체가 민주당 미방위 위원들의 입장을 물었을 때 답변을 피한 의원들이 상당수 핵심인사였다는 데서 이 문제와 관련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지는 많은 의혹을 사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얼마 전 이미 차포 다 떼고 누더기가 되어버린 기초연금법안이나 아무런 내용도 없는 방송법을 민생이라는 이름으로 합의해준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이상 제일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이중대 정당’에 다름 아니라고 판단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새누리당은 이번 법안의 날치기 상정을 국민 앞에 즉각 사죄하고 법안상정이 무효임을 밝혀라.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이상 ‘이중대 정당’의 의혹을 사지 말고 제일 야당답게 이 사태에 육탄으로라도 결사 저지할 것을 촉구한다.  <끝>  

 

 

 

2014년 5월 8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