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언론연대 논평] 세월호 사건보도, 언론의 각성을 촉구한다세월호 사건보도, 언론의 각성을 촉구한다
어제 서해상에서 수학여행에 나선 고등학생 등 승객 475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불의의 사고로 무고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와 유족에게 비통한 심정으로 조의를 표한다.
우리는 이 고통스런 비극을 전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보면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어제 하루 언론들은 이 비극적인 사건을 두고 광고성 기사를 내는가 하면 기사 장사를 하는 ‘어뷰징’ 행위마저 서슴지 않았다. 언론의 패륜적 보도로 인해 이중의 고통을 겪었을 희생자와 유족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오죽했으면 포털 사이트가 나서 자제를 요청했겠는가.
제도언론의 보도행태도 참담하긴 마찬가지다. 어제 언론사들은 무분별한 속보경쟁을 벌이며 여러 차례 오보를 내보냈다. 언론들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발표한 관계당국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속보를 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일부 방송의 반인권적 보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JTBC는 어제 오후 뉴스특보를 전하며 생존 학생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절대적 안정을 취해야할 피해생존자를 생방송으로 인터뷰한 것부터 잘못된 것이다. 더군다나 인터뷰 대상자는 청소년이었다. JTBC측은 논란이 된 뉴스 앵커의 질문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인터뷰를 시도한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공영방송 MBC는 뉴스에서 사고 피해자들이 받을 보험금을 소개하는 어처구니없는 보도를 내보냈다. JTBC측은 그나마 보도부문 사장이 나서 직접 머리를 조아렸지만 MBC는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언론의 부적절한 보도행태가 더욱 심각한 지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 일부 언론에는 숨진 고교생의 책상과 노트를 촬영한 사진이 실리는가하면 기자들이 피해생존자들에게 여객선 내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에 언론연대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언론의 반인권적 보도행태를 심각히 우려하며 언론에 다음과 같이 촉구하고자 한다.
하나, 참사 피해자의 비극을 이용해 기사 장사를 벌인 패륜적 언론들은 피해자와 유족, 피해생존자 및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어뷰징’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보험금 운운하는 보도를 내보낸 MBC는 사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라.
하나, 세월호 사건을 취재하는 전 언론들은 무분별한 취재경쟁을 중단하고 취재와 보도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언론은 재난재해보도 준칙에 입각하여 다음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 신속한 보도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 감정적, 선정적 어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 피해 상황을 반복, 중복하여 보도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 피해 상황을 전달하는 것보다 구조대책 및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보도에 주력해야 한다.
- 보도는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내용이어야 하며, 피해자와 유족, 피해생존자의 명예, 사생 활, 심리적 안정을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 피해생존 청소년과 아동에 대한 취재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 공익에 상당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피해자와 유족, 피해생존자를 담은 근접촬영 화면의 사용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언론연대는 세월호 사건보도에 대한 언론의 각성을 촉구하며, 보도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2014년 4월 17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