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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조 성명] 전직 9시 뉴스 앵커의 청와대 차출을 규탄한다!
등록 2014.02.0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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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9시 뉴스 앵커의 청와대 차출을 규탄한다!

- 민경욱 전 KBS 9시 뉴스 앵커 청와대 대변인 임명에 대한 언론노조 KBS 본부 입장-
 

 

KBS 조직원들은 오늘 KBS가 아닌 다른 언론사 속보를 통해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신임 청와대 대변인으로 민경욱 전 KBS 9시 뉴스 앵커가 임명됐다는 소식이었다. 민 씨는 지난해 10월 하차할 때까지 3년 가까이 KBS 간판 뉴스인 9시 뉴스 앵커로 활약했고,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보도국 문화부장을 맡아 온 인물이다.

 

과거에도 KBS 조직원이 재직 중 청와대나 정당 등 정치권의 품으로 떠난 사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처럼 메인뉴스 앵커를 하차한 지 불과 넉 달밖에 안 되는 짧은 시기에 사직서도 내지 않은 채 현직 부장자리마저 내팽개치며 정치권의 품으로 안긴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2003년 KBS 노사가 공동으로 제정한 [KBS 윤리강령]에 따르면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TV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라고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 공영방송 메인뉴스 앵커자리를 이용해 개인적 영달을 취하고 공영방송 KBS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이번 민 씨의 청와대 행은 명백히 이런 [KBS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다.

 

이런 규정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민 씨의 이번 청와대행은 권력과 거리를 두고 감시해야 하는 언론인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양식과 윤리를 저버린 상식 밖의 일이다. 민 씨는 대변인 인선 발표 당일인 오늘 아침 보도국 편집회의에도 참석해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수행했고, 인선 발표 10분 전에야 해당 부서 팀장들에게 인사 내용을 알렸다고 한다. 민 씨가 공직에 나서야 할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적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인물이라는 방증이다.
 
이런 사람을 대변인으로 임명한 청와대에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인선 발표 배경을 설명하면서 ‘민 새 대변인이 다년간 방송기자와 뉴스진행자로서 활동해온 분으로 풍부한 언론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국민께 잘 전달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공영방송의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윤리의식을 저버리고 공영방송의 윤리강령까지 어겨 가며 공직에 진출하고자 한 저열한 권력욕이 청와대가 말하고 싶은 언론경험이자 경륜인가?

 

우리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어찌 보면 KBS 스스로가 이런 굴욕적인 상황을 초래한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MB정부 5년간 이른바 ‘땡박’ 뉴스를 하는 것도 모자라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앞장서 전파하는 해바라기 방송을 함으로써 청와대가 KBS를 인재를 선발하는 산하기관쯤으로 여기게 한 것은 아닌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길환영 사장은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상황에 대한 통렬한 자성과 함께 공영방송 KBS의 명예를 더럽힌 민 씨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 또한 청와대는 공영방송 앵커의 이미지를 빌려 파타난 국정을 호도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민경욱 앵커 지명을 즉각 철회하길 바란다. 아울러 민 씨는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민 씨가 떠난 자리에 남아서 묵묵히 공영방송을 지키고 있는 선후배 동료들의 얼굴에 더 이상 먹칠을 하지 말고 대변인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를 충고한다.

 


2014년 2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