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언론연대 논평] 공영방송 앵커에서 권력의 입으로 전락한 민경욱을 규탄한다
등록 2014.02.06 18:12
조회 502

 

 

공영방송 앵커에서 권력의 입으로 전락한 민경욱을 규탄한다

 

 

공영방송 KBS 앵커에서 하루 만에 청와대로 차출된 민경욱 대변인이 오늘(6일) 오전 첫 브리핑을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KBS 메인뉴스 진행자로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간판 역할을 해오며, 청와대가 신임 대변인 임명을 발표한 어제(5일) 오전까지도 문화부장으로서 보도국 편집회의에 참석했던 사람이 그날 밤 자신이 진행했던 <뉴스9>에서 ‘청와대, 새 대변인에 민경욱 임명’ 뉴스에 소개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언론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양식과 윤리를 저버린 비상식적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지만 민 씨는 이에 아랑곳없이 입신양명에 도취된 모습이다.

 

민 전 앵커는 KBS 윤리강령까지 위반하며 청와대의 부름에 기다렸다는 듯 달려갔다.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인이 정권의 입질에 최소한의 상식적 판단도 하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권력에 품에 안기면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았는가. KBS 윤리강령에는 공영방송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기본적인 기자정신과 윤리의식을 저버리고 윤리강령까지 어겨가며 공직에 진출해서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가. 공영방송 앵커 자리는 권력의 입으로 가는 징검다리였나. 현직 언론인을 청와대로 호출하며 대놓고 권언유착의 진수를 보여준 청와대나 그에 쌍수 들고 화답한 민 전 앵커나 부끄러운 줄 모르고 깨춤 추고 있는 KBS나 그 저열한 언론관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KBS 저널리즘은 만신창이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래도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언론인들이 남아있다. 민경욱의 청와대행은 그런 후배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짓밟고 KBS가 정상화되길 염원하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무참하게 비웃은 만행이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양심이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진 사퇴하고 언론인 선후배, 동료들과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기 바란다.

 

 

2014년 2월 6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