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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논평] 청와대 대변인 시킬 사람이 그리도 없었나
등록 2014.02.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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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대변인 시킬 사람이 그리도 없었나

 

 

민경욱 전 KBS 9시뉴스 앵커가 청와대의 새로운 대변인에 내정됐다고 한다. 대통령 순방길에서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된 윤창중 대변인이 낙마한데 이어 김행 대변인 마저 사퇴해 공석이 된 청와대의 입에 전격 발탁이 된 것이다. 말 그대로 오늘의 황당뉴스 감이다.

 

김행 대변인 사퇴 이후만 계산하더라도 한달 넘게 대변인 공석 사태가 이어져 청와대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을 뽑으려고 그러나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지내왔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민 전 앵커는 오늘 아침까지 KBS 보도국 편집회의에 문화부장의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아직 다니던 회사에서 사표 수리도 되지 않았는데 정권의 따뜻한 햇살을 한시라도 빨리 쬐겠다고 꽃가마에 올라탄 격이다. 한솥밥을 먹던 언론노동자의 입장에서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기자의 자존심 마저 헌신짝처럼 버린 것 같아 자괴감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언론인 망신은 민 전 앵커가 한번에 해결하고 갔다.

 

그래 좋다. 청와대 대변인에 올랐으니 어떤 사람인지는 짚어보자. 위키리크스가 2011년 9월 공개한 미국 국무부 기밀 외교전문에 포함된 민 전 앵커 관련 내용을 보면 이미 답은 나왔다. 2007년 대선 당시 KBS 시사보도팀 기자이던 민 전 앵커는 "내가 만난 이명박을 잘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명박이 '매우 깨끗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가 도덕성보다는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 후보가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당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이 끝난 뒤 방송하려고 준비하던 대선후보자 관련 다큐멘터리 내용에 대해 말하며 주관적인 대선 전망까지 밝힌 것이다. 기자라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미국 간첩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망측한 행동이란 말인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기자 시절에 공정성의 뜻도 이해못했던 양반이 청와대 간다고 철 들리 만무하다. KBS 앵커를 하면서 대중에게 얼굴이 많이 알려졌을 순 있지만 정작 같이 일했던 후배 언론인들로부터도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정권의 얼굴격에 앉히는 걸 보니 박근혜정부도 어지간히 인물난에 시달리나보다. 인물난 정권에 자격미달 대변인이다. 
 

2014년 2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