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MBC 노조 성명] 검찰의 김재철 면죄부 수사, 진실 가릴 수 없다
검찰의 김재철 면죄부 수사, 진실 가릴 수 없다
“7억 원을 유용했다지만 우리는 1,100만원 배임 밖에 밝히지 못했다. 국가기관을 우습게 여긴 죄까지 포함해도(감사원법 위반) 김재철은 벌금만 내면 되지만, 비위를 밝혀내고 저항한 노조 집행부는 재판에 넘기겠다.” 2년을 질질 끌다가 해 바뀜을 불과 6시간 남겨놓고 발표한 검찰의 ‘김재철 수사’ 결과다. 철저한 김재철 면죄부 주기 수사 발표에 MBC 구성원들은 참담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김재철 사장 재임 3년 동안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써 왔다는 건 MBC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겪었던 사실이다. 우리 모두가 증인이요, 고발자다. 2년이나 수사를 끌었던 검찰은 도대체 그동안 누구의 증언을 들었나. 무엇을 근거로, “1,100만원 외에는 정당한 업무상 지출이었거나 정확한 용처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가. 무슨 말로 포장하든 “아주 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대충 넘어가자”는 정치적 수사(修辭)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여전한 김재철 봐주기요, 비호 세력의 그림자 앞에 오그라든 모습이다.
반면 이 같은 김재철의 금전적 비위 사실은 물론, 공영방송의 시사.보도 기능을 무력화하는 행태에 저항하고 떨쳐 일어난 노조집행부는 대거 재판에 넘기는 (불구속 구공판) 만행을 저질렀다. 그야말로 달을 가리켰고, 가리킬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검찰도 인정하면서, 달 쪽을 보지 말라며 손가락을 물어뜯는 것과 같은 행태다. 이들은 그저 더는 견딜 수 없다는, 김재철 사장과 일할 수 없다는 온 구성원들의 신음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 선봉에 섰을 뿐이다. 검찰은 이들을 법적으로 위협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정당하든, 정당하지 않든 저항하지 말라”는, 작금의 공안 분위기와 그 궤를 같이 하는가.
오늘의 수사 결과 발표는 검찰 스스로의 ‘면피’(免避)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혹여 (1)김재철에게 최소한의 혐의를 적용했고, (2)해를 넘기지는 않았다는 자기만족 속에 머물지 모르지만, 벌금 천만 원을 낸 뒤 “죄 없음이 밝혀졌다”고 공언하고 다닐, 지방선거 출마 운운하며 희희낙락할 김재철 전 사장을 바라봐야 할 MBC 구성원들은 오늘의 검찰 수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 전형적인 부실, 축소, 왜곡, 편들기 수사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김재철 전 사장은, 그리고 그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자들은, 오늘의 수사 결과 발표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는 법의 엄정한 적용을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싸울 것이며, 진실은 느리지만 천천히 그 베일을 벗을 것이라 믿는다. 김재철은 결코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2013년 12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