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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성명] 저열한 보복 인사,‘김재철 시대’로 돌아가나저열한 보복 인사,‘김재철 시대’로 돌아가나
익숙하지만 잔인한 일이 MBC에서 또 다시 자행됐다. 회사는 아나운서 3명을 각각 심의국과 편성국, 그리고 경인지사로 발령을 냈다. 90년대부터 MBC의 대표 얼굴로 시청자들을 만나 온 이들에게 전혀 다른 종류의 직무를 갑자기 부여하는 모욕을 준 것이다. 보복 인사다. 작년 파업에 참가했던 사람은 끝까지 배제하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못한 사측의 명백한 보복 인사다.
아나운서국의 든든한 선배 역할을 해 온 이들을 한꺼번에 찍어내면서 사측은 “아직도 파업 때의 분을 풀지 않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따져보자. 다시 마이크를 잡고 싶다고, 일을 하고 싶어 못 견디겠다던 이들을 계속 외면한 건 누구였나. 제작진이 함께 일하고 싶다고 요청해도 “이들만은 안 돼”라며 끊임없는 격리의 형벌을 내린 게 도대체 누구였던가.
법원의 부당전보 판결로 형식적이나마 자신의 일터에 복귀한 이들을 다시 엉뚱한 곳으로 부당하게 전보시키고. 일을 하고 싶다고 요청해도 일을 주지 않았으면서 돌연 “일을 하지 않는다”고 징계하고. 이 의미 없는 악순환이 지향하는 바는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을 바라고 이토록 이들을 못 살게 구는 것인가. 개인적 사감(私憾)을 말문이 막힐 만큼 잔인한 인사권의 폭주로 드러내도 되는 것인가.
김종국 사장 취임 이후 우리는 끊임없이 “제대로 일할 사람을 제대로 배치”하는 정상화를 조속히 이루라고 촉구해 왔다. 그러나 속도는 더뎠고, 일하지 못하는 고통을 토로하는 목소리,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었다. 거기에 이번 아나운서들에 대한 폭거(暴擧)는 설상가상이다. 정상화는커녕 MBC를 지금 이 꼴로 만든 김재철식 인사에 대한 오마주(hommage)이자 답습(踏襲)이다.
사측은 정상화 흐름에 역행하는 이 같은 반동적 인사 조치로 도대체 무엇을 꾀하는가. 김종국 사장은 지금 누구를 보고 있는가. ‘자랑스런 일터 MBC를 찾고 싶다’는 구성원들의 열망을 외면하고, 내년 사장직 연임을 위해 벌써부터 한 줌도 안 되는 회사 바깥 ‘MBC 음해세력’들의 눈치를 보는 것인가.
해고만이 살인은 아니다. 후배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엉뚱한 곳으로 내쫓겨진 이들이 감내했던 수모, “20년 방송 인생을 회사가 이렇게 내팽개치느냐”며 흘린 이들의 눈물은 MBC 구성원들의 마음에 불길을 지피고 있다. 분명히 말한다. 대다수 구성원들은 파업 직후, 역사가 거꾸로 흐르는 것에 대한 분노를 가까스로 가라앉혀왔다. “그래도 MBC는 살려야 한다”며 일에 몰두하는 직원들을 자극하고 ‘근로 의욕’을 꺾고 있는 것은 맹목적이고 잔인한 보복 근성을 버리지 않고 있는 회사다. 사측은 지금이라도 부당 전보 인사를 철회하라.
조합은 이들이 자신의 일을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회사가 더 이상의 오판을 하지 않도록 법정 소송을 비롯해 모든 할 수 있는 조치를 동원해 투쟁할 것이다.
2013년 12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