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KBS 새노조 성명] 수신료안 단독 처리, 이사회·길환영의 저의는 무엇인가?수신료안 단독 처리,
이사회·길환영의 저의는 무엇인가?
오늘 이사회에서 수신료를 1,500원 인상하고, 광고를 2,100억 원 축소하는 안이 끝내 여권 추천 다수 이사들만의 표결로 단독 통과가 됐다. 이로서 지난 6월 26일 사측의 수신료안이 이사회에 제출된 지 5개월이 넘어 공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단독 의결에 광고축소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부의 비판을 면키는 어렵게 됐다. 이 수신료안이 방통위를 거쳐 국회에서 의결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방통위원들의 임기가 내년 3월로 끝나는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당장 국회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외부의 상황과는 별개로, 이사회의 합의조차 이루지 못하고 KBS 사상 최초로 수신료안 단독 의결이라는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해서 관련자들의 책임을 준열히 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이사회다.
이번 수신료안의 최대 쟁점은 국장임명동의제 등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국장 임명동의제, 평가제 등은 1990년대 이후 많은 신문, 방송사가 도입하고 있는 제도로, 공정방송·공정보도를 보장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참여를 강화하는 장치로 기능을 해 왔다. 하지만 여권추천 이사들은 시종일관 이 제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왔고, 이것이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낡은 논리를 되풀이해 왔다. 지난 11월 8일 여야 추천 이사들이 소위에서 사후 평가제에 대해 합의를 한 적이 있지만 현행 단협에 있는 평가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상태로 추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된 바가 있다.
왜 이렇게까지 여권 추천이사들이 국장 임명동의제 등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한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수신료를 올리려고 한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중심은 공정방송의 실현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제도 하나조차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단독으로 인상안을 통과시킨 이사회는 앞으로 그 불명예와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길환영 사장에게는 좀 더 근본적이고 큰 책임이 있다.
우리가 이미 수차례 지적했듯이 방송법상 이사회의 역할은 수신료안을 ‘심의·의결’하는 것일 뿐, 수신료안을 만들고 이사회와 정치권,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것은 사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기관의 역할이다. 과거 정연주, 김인규 사장 때 결국 실패를 하기는 했지만 수신료 현실화의 중심에는 사장이 있었다. 하지만 길환영 사장은 지난 반년동안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사장의 그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행보로 일관해왔다. 애초 이사회에 제출한 수신료안에는 두 배 가까이 인상을 하겠다며 공정방송이라는 말조차 언급이 되지 않았다. 김인규 사장 때 그나마 약속했던 공정방송 실현 약속도 대부분 빠져버렸다. 이러한 안으로는 수신료 인상은 불가하다고 내외부에서 수없이 지적이 되었지만 그는 끝내 애초의 이 부실한 안을 단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다.
과거 같았으면 사장과 임원들이 총출동해 밤낮으로 이사회와 정치권을 설득하러 다녔으나 이번에는 외부에서 도대체 KBS가 수신료 인상을 바라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설득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길환영 사장은 KBS 사상 최초로 이사회조차 설득 못하고 수신료 안을 단독 통과하게 한 사장으로 남게 됐다.
더군다나 수신료를 올리겠다며 편파·불공정 방송, 제작자율성 침해를 마음껏 일삼았다. 연초 <다큐극장> 파문부터 시작해 <추적 60분> 불방, 조선 종편 베끼기 보도, 최근의 사제단 일방 매도 보도에 이르기까지, 올해에 발생한 편파·불공정 방송, 제작자율성 침해사례는 이루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그리고 불공정 방송을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코비스를 통제해 내부 언로를 차단하는 만행까지 일삼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들을 놓고 볼 때 결론은 명확하다. 수신료 현실화의 최대 방해세력은 바로 길환영 사장이라는 것이다. 항간에는 수신료가 인상이 되면 그 대가로 공영방송 사장·이사 선임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길환영 사장이 교체될 수도 있어 길환영 사장이 누구보다도 수신료 인상을 속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본인은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보를 보면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진정성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김인규 사장이 그랬던 것처럼 수신료 인상을 구실로 내부의 비판을 틀어막고 자신의 통치를 공고히 하려는 ‘수신료 정치’로 3년을 보내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수신료 안은 KBS를 떠나 방통위와 국회로 넘겨졌다. 우리는 집행기관과 이사회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끝내 단독 처리된 현 상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또한 향후 수신료 인상 절차에서 공정방송 등 사회적 합의가 충실히 이뤄지기를 바라며, 자칫 수신료 인상이 내부 통제의 도구로 악용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길환영 사장은 지금처럼 수신료 인상 코스프레로 남은 임기를 어영부영 채우려는 시도는 꿈에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3년 12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