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정부의 방송산업 발전 종합계획 발표에 대한 논평 (2013.12.12)
창조경제인가 종편특혜경제인가
- 방송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10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방송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보면서,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방송’을 언론과 문화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돈’으로 보고 있으며 그 또한 허구적인 통계수치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 마디로 정부가 발표한 자료는 방송정책이라기 보다는 그냥 시장에 맡긴다는 ‘무뇌아’의 ‘무대책’일 뿐이다. ‘종합계획’은 8VSB도, 유료방송사업자의 지분점유율도, 주파수도 공적 규제를 사실상 모두 풀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정책은 종편의, 종편에 의한, 종편을 위한 정책으로 귀결된다.
특히 방송산업의 재원을 실제로 지불하고 있는 시청자와 소비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 군부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정부 일방의 발표로 절차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의 발표에서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 공공성의 철학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로지 산업적 잣대로 모든 규제를 풀고 시장의 치열한 경쟁만을 부추긴 것이며, 이럴 바에야 정부가 무슨 필요가 있고 국민이 왜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번 ‘종합계획’은 산업논리로 포장된 장밋빛 미래로 국민을 속였던 이명박 정권의 모습과 판박이로 닮았다. ‘종합계획’은 방송매출 6조원 증대, 1만개의 일자리 창출, 12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만7000명의 고용유발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 종편이 시행되면 2만개 이상의 일자리와 3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던 이명박 정권의 공언이 종편 출범 2년이 지난 지금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음을 알고 있다.
케이블에 8VSB 방송방식을 허용해주는 것은 공정의 틀을 깨고, 종편에 또 다른 특혜를 베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8VSB는 우선 SO들 입장에서 가용 채널이 줄어들어 큰 손실을 입게 할 뿐 아니라 종편 외의 PP에게는 줄어든 채널만큼 시장에서 퇴출될 위험이 커졌다. 또한 아날로그 상품의 고착화 등 케이블 디지털화라는 정부 본래의 기본정책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이미 디지털화를 완료함으로써 다양한 전문채널과 쌍방향 서비스를 추진해왔던 케이블방송의 특장점을 일거에 없애버리는 일이다.
700MHz 주파수를 통신에 넘기려는 의도 또한 매우 위험하고 미래를 예측 못하는 근시안적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주파수는 땅으로 비유할 때 국유지와 다름없는 소중한 국가의 자산이다. 방송은 기술의 변화와 가용 주파수를 활용하여 라디오, 텔레비전, 칼라텔레비전, 고화질텔레비전 등으로 발전해왔고 그것은 공공의 자산으로서 국민의 총체적 이익으로 돌아왔다. 또한 방송이 사용하는 주파수는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활용의 여지를 항상 가질 수 있도록 국가와 공공의 자산으로 남아왔다. 이 소중한 국가와 공공의 자산을 통신사업자들에게 팔아넘기겠다는 속셈은, 마치 국토를 몇몇 자본가들의 사유물로 바치겠다는 것과 같은 위험천만한 발상에 다름 아니다.
SO들의 지분참여를 SO가입자 3분의 1에서 전체 유료방송 사업자의 1/3로 확대하고 PP의 매출상한을 33%에서 49%로 확대한 것 또한 힘센 자본가들의 이익만을 부추기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이번 ‘종합계획’은 불법으로 탄생한 “사생아”격인 종편 살리기와 거대 방송자본에 특혜를 베푸는 또 하나의 불공정 계획이다. 모름지기 정부는 규제를 통해 시장의 건강성과 적정성을 유지하고 국가의 자산을 공공과 공익을 위해 활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규제를 푸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라면 그러한 정부에 국민의 혈세를 바칠 이유가 없다.
정부는 방송에 대한 철학도, 방송산업에 대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이번 ‘종합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야당과 시민사회와 긴밀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에 바탕하여 미래지향적인 계획을 새롭게 수립해야 할 것이다.
방송은 한 국가의 공기나 물과 같은 것이다. 공정한 보도를 통해 건강한 여론을 이끌고 공공의 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문화수준을 높이며, 또한 공익적 채널을 통해 살맛나는 사회로 만들 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전문성을 높여 국민 개개인의 품격과 창조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창조’라는 이름에 걸맞는 정부의 정책이다. 공적 규제를 무조건 풀어주는 것만을 이른바 “정책”이라고 내놓으면, 국민은 혈세를 부담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셈이 된다. <끝>
2013년 12월 12일
민주언론시민연합